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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둘째아들 가말이 사임 막아…군 “안하면 축출” 최후통첩

등록 2011-02-13 19:38

무바라크 사퇴 막전막후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휴양지로 피신한 상태에서 측근을 통해 49초짜리 사임 성명으로 30년 집권을 마무리하는 추한 모습을 보인 배경에는 끝까지 권력에 집착한 그와 아들 가말의 탐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일 군부가 ‘물러나라’는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에이피>(AP) 통신은 12일 정부와 여당, 군 안팎 인사들한테서 들은 무바라크 퇴출의 막전막후를 전하면서, 10일 밤 11시(현지시각)부터 이튿날 오후 6시 사이 대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그의 둘째아들 가말이었다고 보도했다.

무바라크가 10일 밤 대국민연설에서 대통령 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언하기 전에 정부와 군은 이미 사임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무바라크는 카이로 도심 상황을 제대로 전해 듣지 못하고 있었다. 최측근들과 아들 가말이 친 ‘인의 장막’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황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며 사임을 만류했다고 한다. 애초 원고 내용이 어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말이 몇번이나 원고를 수정한 끝에 밤늦게 대국민연설이 가능했다고 한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연설을 앞두고 미국이 이집트 군부로부터 파악한 시나리오는 사임 또는 대통령 권한의 전면 이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로의 권한 이양을 말하면서도 자리에 대한 집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날 낮 여당인 민족민주당의 호삼 바드라위 사무총장은 무바라크를 만나고 나와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해놓은 상태였다. 이집트군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도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나온 것을 보면, 애초 무바라크는 대국민연설에서 밝힌 것과는 수위가 다른 내용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국민연설이 즉각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군부는 상황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군부가 연설 뒤 몇시간 만에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축출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무바라크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 통신은 술레이만을 부통령으로 임명해 야권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권유한 것도 군부였으며, 무바라크가 사임을 거부하면서 군부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급박한 상황 변화 속에 무바라크가 정확히 언제쯤 결심을 했는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여당 사무총장이 무바라크가 사임하지 않는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보도가 나온 지 30여분 만에 사임이 발표됐다. 그가 12일 오후 대통령궁으로 시위대가 몰려드는 가운데 헬리콥터로 홍해 휴양지로 이동하는 즈음까지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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