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후폭풍]
62.6% 득표율로 압승…무사비, 결과 불복선언
수천명 반정부 시위…개혁파 지도자 10여명 체포
62.6% 득표율로 압승…무사비, 결과 불복선언
수천명 반정부 시위…개혁파 지도자 10여명 체포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이란 대선 결과를 둘러싸고 부정선거 시비가 일면서, 이란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란 내무부 장관은 개표가 끝난 13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62.6%의 득표율로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33.8%)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마디네자드는 14일 당선 발표 뒤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승리를 거듭 확인했다. 반면, 테헤란에서는 무사비 지지자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개혁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재선은 “실효성 있고 자유로운 선거로 이뤄졌으며,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외국 언론이 이란에 대해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에 축하 메시지를 내고 “모든 이란인들은 그의 승리를 존중하라”며 선거 결과에 쐐기를 박았다.
투표 종료 직후 65% 득표로 승리를 확신한다고 했던 무사비 후보는 즉각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는 혁명수호위원회에 선거 무효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내무부 장관을 선거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며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강세 지역에서 선거용지가 부족해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했으며 일부 개표소에서는 자기 쪽 참관인들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선거의 진정한 승리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무사비 지지자들도 “아마디네자드가 선거를 조작해 승리를 훔쳐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테헤란에서는 14일 무사비를 지지하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이틀째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독재자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돌을 던지고 폐품 더미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진압봉과 최루탄을 동원하고 공포탄까지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무사비는 자신의 선거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하는 동시에 지지자들에게 계속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무사비는 “다만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무사비 후보를 지지했던 이란이슬람참여전선(IIPF) 지도자들을 비롯해 개혁파 정치그룹 인사들이 13일 밤 무더기로 체포됐다. 테헤란 경찰국의 아마드 레자 라단 부국장은 14일 “선거 뒤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170여명의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다”며 “10명은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이며, 조만간 더 많은 사람들이 검거될 것”이라고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에 밝혔다. 검거된 사람 중에는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통제 조짐도 보인다.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의 테헤란 지국에 ‘일주일 폐쇄’를 명령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이란 대선 결과에 대한 승인을 유보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선거 이후 언론을 통제하고 시위 군중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백악관도 “이란 젊은층이 보여준 선거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한 뒤 “불법 선거에 대한 보도에 우려를 표시한다”는 짧은 논평을 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이란 대선 양대 후보 득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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