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개혁 거부 보수파 결집
분배정책에 서민층 지지
분배정책에 서민층 지지
12일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는 투표 전날까지도 안팎에서 ‘양강 박빙’ 또는 ‘무사비 우세’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뜻밖이었다. 현직 프리미엄과 부정선거 시비를 고려하더라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2배 가까운 표 차이로 따돌리며 여유 있는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사비는 테헤란 등 도시 지역 젊은층과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들은 무사비의 당선을 통해 경제적 기회와 정치·사회적 자유의 확대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란은 신정일치 체제이며, 보수-개혁의 대립도 그 틀 안으로 한정된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무사비 후보를 통해 분출된 요구들은 그 수준을 넘어선 것이었으며, 보수파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녹색 물결이 보수파의 경계심리를 자극해 표를 결집시켰다는 이야기다.
아마디네자드는 ‘포퓰리즘’ 딱지까지 붙을 만큼 철저한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농촌 지역과 서민층에 탄탄한 지지 기반을 쌓아왔다. 이런 경제정책은 인플레와 산업투자 부족 등의 역효과를 낳기도 했으나 서민들은 나빠진 거시경제 지표보다 당장의 경제적 수혜에 관심이 컸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하다. 2005년 대통령 당선 당시 재산은 작은 집 한 채와 낡아빠진 승용차 한 대 정도였다. 당선 뒤에도 단돈 5달러짜리 면점퍼를 즐겨 입었고, 국제무대에서도 노타이 차림의 양복 한 벌이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런 ‘서민 대통령’의 면모는 그가 2005년 대선에서 이란혁명 이후 비성직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데 이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힘이기도 하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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