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비규환이 된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27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옮기고 있다. 가자/AP 연합
이스라엘, 가자 공습 배경·전망
극우 야당에 뒤진 지지율 만회 노려
레바논전처럼 국제비난만 받을 수도
극우 야당에 뒤진 지지율 만회 노려
레바논전처럼 국제비난만 받을 수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으로 또다른 중동전쟁의 포화가 눈앞에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특히 2006년 7월 헤즈볼라를 겨냥했던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배경이 유사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배경 가자지구에선 최근 6개월 휴전 기한이 만료된 직후부터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크고 작은 교전이 잇따랐다. 하마스는 휴전 기간 중 이스라엘이 가자 봉쇄 해제 등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휴전 연장을 거부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부분적 봉쇄 완화를 시작했으나 하마스가 로켓 공격과 무기 밀수를 계속하는 등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맞서며 대규모 공격을 예고해 왔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지난 25일 이례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 방송에 출연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하마스의 지배를 거부하라”고 촉구하고 “하마스가 로켓탄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나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의 국내외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은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27일 “이스라엘 국민은 정부가 하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별생각이 없으며,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끄는 극우 리쿠드당의 지지율이 현 집권연정 세력보다 앞서고 있다”며, 이번 공습에 정치 논리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점쳤다. 홍미정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교수도 “총선을 앞두고 현재 연립정부의 주축인 카디마당과 노동당이 국가안보에 대한 선명성을 과시함으로써 극우 리쿠드당에 열세인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대화 필요성을 내비친 것에 대한 견제도 이번 공습의 배경이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전망 양쪽의 무력분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7일 “지금은 싸워야 할 시기”라며 “필요하다면 가자에서의 군사작전을 확대·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이스라엘군 고위 관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하마스가 비축해둔 로켓탄을 쏘기 전에 테러리스트들의 군사시설을 공격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는 교수대에 매달리거나 거리가 피바다가 된다 해도 이스라엘과 싸울 것을 신 앞에 맹세한다”고 선언했다. 시리아에 망명 중인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 이후 자제해 왔던 자살폭탄 공격의 재개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무장봉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미정 교수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단결과 통합을 원치 않으므로 하마스 제거가 궁극적 목표는 아닐 것”이라며 “이스라엘로서는 팔레스타인의 불안정한 상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제2의 레바논 전쟁? 이스라엘군의 이번 가자 공습은 2006년 7월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을 상기시킨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레바논에 거점을 둔 시아파 정치세력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을 빌미로 레바논을 전격 침공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헤즈볼라를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미사일 사정권 밖으로 축출한다는 군사적 목표와, 레바논에 대한 시리아와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헤즈볼라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린다는 정치적 목표를 동시에 노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압도적 군사 우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비난만 산 채 별 성과 없이 철수해, 중동전 사상 처음으로 패배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가자 공습도 하마스의 로켓 공격 무력화를 빌미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정파 내에서 하마스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거세시킨다는 고립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하마스가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헤즈볼라처럼 더욱 강력한 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제2의 레바논 전쟁? 이스라엘군의 이번 가자 공습은 2006년 7월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을 상기시킨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레바논에 거점을 둔 시아파 정치세력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을 빌미로 레바논을 전격 침공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헤즈볼라를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미사일 사정권 밖으로 축출한다는 군사적 목표와, 레바논에 대한 시리아와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헤즈볼라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린다는 정치적 목표를 동시에 노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압도적 군사 우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비난만 산 채 별 성과 없이 철수해, 중동전 사상 처음으로 패배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가자 공습도 하마스의 로켓 공격 무력화를 빌미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정파 내에서 하마스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거세시킨다는 고립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하마스가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헤즈볼라처럼 더욱 강력한 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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