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정세 관망…이스라엘, 오바마 견제 분석도
‘중동의 화약고’가 재점화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중동정책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중동 평화협정 체결을 진척시키고자 하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의 중동 전문가 에런 데이비드 밀러는 “만일 사상자 수가 사실이라면 하마스가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단 2~3일의 협상만으로 사태를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 초 적극적으로 중동 평화 문제에 개입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로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집권 뒤 중동 평화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적극적 외교에 나설 것을 강조해 왔던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자세한 견해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이번 공습 이후 오바마의 국가안보담당 대변인 브룩 앤더슨이 “오바마가 가자지구의 상황 등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게 전부다.
오바마 진영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하마스에 돌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심지어 지난 7월 이스라엘을 방문해 “만일 내 딸들이 잠자고 있는 집에 누군가 로켓공격을 했다고 한다면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사용해 이를 중단시키려 할 것”이라던 오바마 자신의 발언과도 대조된다. “한 명의 대통령이 있을 뿐”이라며, 취임 전에는 진행 중인 외교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공습이 차기 정부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이미 이라크·아프간 전쟁과 파키스탄의 불안한 상황을 떠안고 취임하게 된 오바마는 보복 공격이 확대되지 않도록 이스라엘을 제지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이번 공습이 오바마의 중동정책 방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평화 협상 체결을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주요 사안에 대해서 여전히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대다수를 ‘자위권’이란 이름 아래 용인해 왔지만,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먼 연구원은 “이런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 증오와 적대감이 더 커져 사태 진전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평화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다고 여길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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