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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중동 맹주’ 야망…미·이스라엘은 집중견제

등록 2008-07-06 21:47수정 2008-07-06 21:50

중동 새 ‘패권전쟁’
(하) 이란, 포위 속 영향력 넓히기
페르시아 영광의 부활인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가? 이란이 반미 이슬람 무장조직을 지원하고 핵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중동에서 반미 이슬람 진영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아랍 국가는 아니다. 셈족인 유대인·아랍인과 달리, 이란인은 아리안 인종이다. 이란은 전체 무슬림의 10%에 불과한 시아파의 종주국이기도 하다. 범 이슬람이란 점을 빼면 아랍국가들과는 거의 공통점이 없다.

하마스 지원·핵 개발 추진 등으로 위상 강화
군사적 위협에도 “핵은 거래대상 아냐” 강경

그런 이란이 아랍 세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스라엘과 첨예한 대립을 하는 이유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생긴 중동의 권력 공백에 따라, 반미 이슬람 진영의 구심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조직에 대한 지원을 통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외세에 맞선 이슬람 가치의 수호’라는 대의명분을 통해 중동에서의 위상을 강화해왔다. 아랍국가가 아니면서도 팔레스타인 분쟁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하마스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의 이런 입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두 나라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핵무기 제조용이라며 군사 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한편, 이란이 여러 이슬람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올해 들어 이스라엘이 앙숙인 시리아와 레바논에 잇따라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것도 헤즈볼라 세력과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고립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란의 ‘핵개발 문제’는 당분간 타협보다는 대립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란 정부의 골람 호세인 엘함 대변인은 4일 “이란은 핵문제에 대해 우리의 권리를 되돌리지 않을 것이며, 이란 국민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혀, 핵포기를 대가로 한 서방의 인센티브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란은 최근 자국에 대한 공격설이 끊이지 않자, 외교협상과 별개로 군사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9월 시리아의 핵의혹 시설을 기습공격해 파괴한 전례는 이란의 위협감을 더욱 키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이란의 최정예 혁명수비대가 나라 안팎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지상군 강화와 군 지휘체계 집중을 뼈대로 하는 구조 개혁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알자파리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군 개혁이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승인 하에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이 공격당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요충지로, 일주일만 버티면 유럽경제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제 원유가의 고공행진도 세계 4위의 원유생산국인 이란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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