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아크바르 알리하니(사진)
[인터뷰] 알리 아크바르 알리하니 이란 사회문화연구소장
“젊은 세대 정체성 우려…한국 드라마 <대장금> 시청률 90%”
“조로아스터교를 보면, 선과 악을 분명히 구별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치 참여를 강조합니다. 선한 왕이 악을 물리치고 널리 선을 펼칠 수 있도록 선한 왕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종교와 정치가 융합되거나 관계맺는 방식과 논거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테헤란에 있는 이란사회문화연구소의 알리 아크바르 알리하니(사진) 소장은 “이란의 독자적인 사상을 재조명하고 부흥시키기 위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란사회문화연구소는 2004년 이 나라 교육부 산하의 연구단체로 설립됐다. 사회·역사·문화 분야의 연구성과를 정치학과 접목해 통치이념의 논거와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대형 싱크탱크다. 현재 1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에 2000여명의 대학 교수와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학술연구 분야는?
=먼저, 국제관계 분야에서는 인접국 등 관심 국가에 대해 연구하고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국내 분야에서는 ‘이슬람 가치’에 바탕한 이란의 사회와 문화를 연구한다. 220여개의 새로운 연구주제에 기반해 석·박사 전공 과정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연구용역과 각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한다.
-이란의 고유한 사상이란 어떤 것인가? =10세기 이란의 유명한 사상가인 팔라비에 대한 재평가가 한 사례다. 국제 분과에서는 매년 ‘팔라비 국제학술대회’를 문화축제 형식으로 개최한다. 팔라비가 주창한 ‘철인(哲人)정치’는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사상이 접목된 내용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사상가 이전에 페르시아 사상가도 많이 있다. 고대 이란의 사상과 철학이 그리스에서 오기만 한 게 아니라, 반대로 페르시아에서 그리스로 전파돼 영향을 주었다는 걸 논증하려 한다. 팔라비의 사상도 그 이전의 독자적 사상 연구의 성과가 축적돼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문/그리스 사상과 별개의 이란 독자 사상은 어떤 것 있나? 답/고대 그리스 이전 중동 지역에서의 고대 문명의 발생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 유적을 보면 고대 이란에 관한 문답 기록이 남아있다. 고대 페르시아 문명은 그리스 문명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만큼, 고대 페르시아의 정치사상과 문화의 진면모가 제대로 복원 및 재평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리스·로마와 달리, 이란(페르시아)은 역사적으로 노예 제도가 없다. 이는 페르시아가 노예제를 부정하는 철학과 사상을 토대로 건설되고 운영됐다는 것을 뜻한다. 또, 봉급체제, 신분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이미 3천년전 페르세폴리스 시절부터 있어왔다. 또 고고학 박물관에는 숫소상이 있다. 미트라교에서는 숫소를 숭배했는데, 이는 이란에서 만들어져 그리스 지역으로 전파됐다.
-차도르 착용 의무화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문화적 장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
=차도르는 몸 전체를 감싸 가리는 것이고, 히잡은 머리카락과 손목, 발목만을 가리는 것으로, 둘은 구별돼야 한다. 차도르 착용은 이란에서 의무사항이 아니다. 히잡은 의무이지만, 고대 이란의 전통을 상징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것도 엄격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란 사회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서구문화가 영화나 게임 등을 통해 대거 유입되면서 정체성 혼란이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오히려 이란의 정체성 발견과 유지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일부 젊은이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그럭저럭 지낸다. 문화 분야에 대한 이란 정부의 지원도 부족한 편이다. 정부 예산의 편성과 사용 순위에서 그렇다.
-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연구와 정책대안은 있나?
=2000여명의 연구원이 세부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이론적, 담론적 수준의 국책 연구과제가 많다. 더 실질적인 분야에도 관심이 크지만, 이를 구체적인 연구 과제로 확산하는 것은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할 계획이다. 220개 신규 석·박사 과정도 현실 문제를 해결할 인재 양성이 목표다.
-이란은 중동에서는 유일하게 선거로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등 제도적 민주주의의 틀을 갖추었다. 형식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민주주의인가? 핵 주권 핵프로그램은?
=이란의 높은 자부심이 바깥나라, 특히 서방에 대해서는 비타협적 태도로 비치는 측면도 있다. 이란의 민주주의는 단계적으로 진행중이다. 민주주의의 개념부터 다시 따져볼 필요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어떤 것인가?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만을 민주주의의 유일한 척도로 박제된 채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민주주의의 기준인 국민의 역할은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다양하고 다를 수 있다. 획일적 기준이 어색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이란에서는 ‘양금’으로 알려졌다)이 방영 내내 시청률 90%를 오르내릴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는데?
=<대장금>의 스토리가 이란인의 정서와 맞아 좋아하게 됐다. 어떠한 다른 드라마도 이만큼 각광받지 못했다. <대장금>은 한국과 한국사회에 대한 이란의 시각을 바꾸고,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가족관계의 소중함, 남녀간의 사랑 뿐 아니라, 조직과 사회에 대한 사랑, 여성의 적극적 사회참여와 역할 수행, 전통적 여성상인데도 제도와 체제를 뛰어넘어 변화와 열정을 추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란 여성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사진 테헤란/조일준기자 iljun@hani.co.kr
-이란의 고유한 사상이란 어떤 것인가? =10세기 이란의 유명한 사상가인 팔라비에 대한 재평가가 한 사례다. 국제 분과에서는 매년 ‘팔라비 국제학술대회’를 문화축제 형식으로 개최한다. 팔라비가 주창한 ‘철인(哲人)정치’는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사상이 접목된 내용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사상가 이전에 페르시아 사상가도 많이 있다. 고대 이란의 사상과 철학이 그리스에서 오기만 한 게 아니라, 반대로 페르시아에서 그리스로 전파돼 영향을 주었다는 걸 논증하려 한다. 팔라비의 사상도 그 이전의 독자적 사상 연구의 성과가 축적돼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문/그리스 사상과 별개의 이란 독자 사상은 어떤 것 있나? 답/고대 그리스 이전 중동 지역에서의 고대 문명의 발생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 유적을 보면 고대 이란에 관한 문답 기록이 남아있다. 고대 페르시아 문명은 그리스 문명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만큼, 고대 페르시아의 정치사상과 문화의 진면모가 제대로 복원 및 재평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리스·로마와 달리, 이란(페르시아)은 역사적으로 노예 제도가 없다. 이는 페르시아가 노예제를 부정하는 철학과 사상을 토대로 건설되고 운영됐다는 것을 뜻한다. 또, 봉급체제, 신분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이미 3천년전 페르세폴리스 시절부터 있어왔다. 또 고고학 박물관에는 숫소상이 있다. 미트라교에서는 숫소를 숭배했는데, 이는 이란에서 만들어져 그리스 지역으로 전파됐다.
이란 사회문화연구소의 정원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한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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