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의 산부인과 병동 인큐베이터에 팔레스타인 신생아가 누워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투 격화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규모 병원의 전기가 끊겨 미숙아가 숨졌으며, 병원은 결국 운영이 중단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전체 병원 절반가량이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12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의 전기가 끊겨 인큐베이터가 작동을 멈춰 미숙아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엔비시(NBC) 방송이 전했다. 전기는 11월 아침부터 끊겼으며 신생아 35명이 죽음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알시파 병원의 심장 집중 치료실이 파괴됐고 병원은 결국 운영을 멈췄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는 12일 알시파 병원 쪽과 연락이 끊겼다며 우려했다.
앞서 지난 10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을 폭격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하마스 대원들과의 충돌이 있었으나 알시파 병원을 직접 타격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기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데 협조하겠으며 환자와 의료진이 대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의 지하에 땅굴을 파고 사령부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하마스는 부인했다.
북부 지역 피란민 수천명이 모여 있는 이 병원 주변에서 최근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1일 목격자 말을 인용해 병원 주변 지역에서 “총격이 끊이지 않고 공습과 포격도 잦아들지 않았다”며 “병원 주변에 수십구의 시체가 널려 있다”고 말했다. 알시파 병원 건물에는 주검 100여구가 매장을 하지 못한 채 남아있으며, 사체 보관 냉동고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알시파 병원뿐 아니라 다른 가자지구 병원들도 전투 격화로 위험에 처해 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는 가자지구 또다른 병원인 알쿠드스 병원의 환자 500명과 피란민 1만4천명이 갇혀있으며 운영을 멈췄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 병원에서 “모유 대체품 부족으로 아기들이 탈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도 엑스(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자지구) 이 병원들에 남아있는 모든 환자들이 그대로 죽을 것이고, 이 병원들은 무덤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병원들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미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전기와 물,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봉쇄 조처와 격렬한 공습을 가했고 병원들은 비상 발전기를 동원해 겨우 운영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지상 전투 격화까지 겹쳐 절반가량의 병원이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에 “가자지구 36곳 병원 중 반수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의료시스템은 붕괴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스라엘이 침공중인 가자에서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이 주변의 전투와 폭격으로 환자와 난민들이 치료를 못받고 죽어나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주변에서 전투가 계속되던 10일 알시파 병원 내부 모습. AFP 연합뉴스
인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난 몇주 동안 고통받고 있다”며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강경한 어조로 민간인 피해를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9일 발표했던 가자지구 북부 주민 피난을 위한 매일 4시간 교전 중지 합의를 이튿날인 10일에 공식 발표했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1만1천명을 넘었고 이중 4500명 이상이 아이들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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