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시파 병원에 실려온 아이가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과 완전 봉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치료 중인 어린이 수백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가운데 의료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신생아 100여명이 포함돼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자지구 에너지청은 11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내 유일한 발전소가 이날 오후 2시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이 지역에 대한 보복 폭격에 나서면서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연료 공급이 중단된 탓이다.
■ “14살 몸 70% 화상…알아볼 수 없는 상태”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자체 발전기를 돌려 비상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나, 연료 부족으로 수일 내 이 전력마저 끊길 위험에 처했다.
가자지구 내 알와파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하산 칼라프는 이날 알자지라에 “병원 자체 발전기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봐야 며칠뿐”이라며 “이 병원에는 의료기기에 생명을 의존하고 있는 신생아만 100여명인데, 이 작고 연약한 아이들은 전기가 끊기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이 아이들 외에도 투석기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 1100여명 역시 생명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가자지구 전면 봉쇄는 “집단 학살”에 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11일(현지시각)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의료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가자지구로 들어간 영국인 의사 가산 아부 시타는 영국 인디펜던트에 현지의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가자지구 내 알시파 병원에서 부상자 치료를 돕고 있다는 그는 “가자지구에서 충돌 사태가 벌어졌던 2009년과 2012년, 2014년, 2021년에도 의료 지원을 나왔지만, 며칠 사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 온 건 처음 본다”며 “650여명의 입원 환자 가운데 40%가량이 어린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흔한 부상은 폭발로 인한 화상이고, 그 외 폭발물 파편으로 인한 부상도 많다”며 “한 14살 소녀는 폭발로 인해 얼굴을 비롯해 몸의 70%에 화상을 입어 알아볼 수가 없는 상태이고, 한 14살 소년은 두개골이 파열돼 실려 왔다”고 전했다.
아부 시타는 봉쇄로 인해 화상 치료 등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자마저 동나고 있어 드레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화상 치료를 소독하는 데 필요한 클로르헥시딘이 다 떨어져서 의료진이 비누와 물로 상처를 씻어내는 열악한 상황”이고 “폭격으로 집을 잃은 난민들까지 병원으로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린이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지원에 필요한 통로 개방이 “즉각적으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