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8일(현지시각)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성조기를 거꾸로 든 채 불타는 건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에도 아랑곳 않는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무릎에 목덜미를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진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선 28일(현지시각) 경찰의 인종차별적 과잉 진압에 대한 항의 집회가 사흘째 이어지며 ‘유혈 폭동’으로 비화해 주 방위군이 투입됐고, 뉴욕을 비롯한 다른 도시로도 시위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플로이드가 숨진 다음날 시작된 항의 시위는 이틀째부터 약탈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다가, 이날 전면적인 폭동으로 비화했다. 머데리아 애러돈도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장의 사과에도 시위가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분노한 시위대는 이날 밤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이 소속된 제3지구경찰서로 몰려가 경찰서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자동차 1대와 최소 2채의 건물이 불에 타는 등 이날 밤 도시 곳곳에선 30차례의 의도적 방화가 신고됐다. 또 성난 군중 일부가 사건 현장 인근 대형마트 ‘타깃’ 등 상점 170여곳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는 일도 발생했다. 또 시위가 격화되는 와중에 도심 전당포 인근에선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남성이 전당포를 약탈하려다 주인에게 총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미니애폴리스와 주도 세인트폴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경찰서 방화 이후 자정 무렵부터 주 방위군 500명가량이 주요 지역에서 질서 유지 등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시 당국은 거의 모든 경전철과 버스 운행을 오는 31일까지 중지하기로 했다.
항의 시위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날 뉴욕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포하며 시위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 40여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침을 뱉고, 권총을 뺏으려 했다고 <폭스 뉴스>가 전했다.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시위 중 주의회 의사당을 향해 6, 7발의 총이 발사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과격 시위대를 “폭도”라고 비난하며 약탈 행위 발생 시 총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이날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폭도들이 조지 플로이드의 기억을 더럽히고 있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가 통제를 하겠지만 약탈이 시작된다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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