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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살려달라” 애원에도…미 경찰, 무릎으로 흑인 목 짓눌렀다

등록 2020-05-27 20:31수정 2020-06-01 14:53

행인 찍은 동영상에 과잉진압 들통
당국, 경찰 4명 파면하고 진상 조사
수천명 “숨쉴 수 없다” 외치며 시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자, 26일 분노한 시민들이 사건 현장으로 나와 ‘조지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경찰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EPA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자, 26일 분노한 시민들이 사건 현장으로 나와 ‘조지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경찰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EPA 연합뉴스

미국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졌다. 당국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4명을 즉각 파면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수천명의 시위대가 항의에 나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미니애폴리스 사법당국은 경찰 체포 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인권침해 여부를 비롯해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날 밤 조지 플로이드(47)가 숨졌는데, 당시 행인이 찍은 동영상을 통해 경찰의 가혹 행위가 확인된 데 따른 조처라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길바닥에 엎드린 채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제압돼 있는 모습이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길바닥에 엎드린 채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제압돼 있는 모습이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사건 직후 경찰은 성명을 발표했다. ‘위조 혐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한 이 남성이 경찰에 물리적으로 저항해 등 뒤로 수갑을 채웠고, 그가 의료적 고통을 호소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곧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경찰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울부짖던 흑인 남성을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죽였다”고 경찰을 성토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현장에 있던 행인이 찍은 10분짜리 동영상에서 플로이드는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플로이드는 자신을 제압한 경찰관의 무릎에 눌려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쉴 수 없다, 제발, 제발”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곁에 있던 다른 경찰은 동료의 행위를 말리기는커녕 행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 남자도 사람이다” “코피가 난다”며 행인들이 말렸지만, 경찰은 구급차가 올 때까지 제압 상태를 풀지 않았다. 영상은 저항하던 플로이드가 코피를 흘리며 미동도 하지 않다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으로 끝난다.

논란이 거세지자, 미니애폴리스 경찰 당국은 해당 경찰관 4명을 즉각 파면하며 진화에 나섰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으면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 경찰관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도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끔찍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가 돼선 안 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수천명의 시민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항의 시위에 나서는 등 분노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흑인 사회에선 이번 사건이 2014년 7월 뉴욕에서 벌어진 ‘에릭 가너 사건’을 연상시킨다며, 이참에 인종차별적인 사법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담배밀매 혐의를 받던 흑인 남성 가너가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목조르기로 사망했으나, 해당 경찰은 5년이 지난 2019년에야 파면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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