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
(21) 미국 중간선거 전망
11월7일 중간선거 치열
권력 견제 유권자 성향 탓
하원 민주당 승리 예상
트럼프 상당한 타격 입을 듯
불평등 악화에 국민 불만 높아
노동이사제, 대학 무상등록금 등
진보 정책에 높은 지지율 보여
민주당 진보파 후보들도 약진
(21) 미국 중간선거 전망
11월7일 중간선거 치열
권력 견제 유권자 성향 탓
하원 민주당 승리 예상
트럼프 상당한 타격 입을 듯
불평등 악화에 국민 불만 높아
노동이사제, 대학 무상등록금 등
진보 정책에 높은 지지율 보여
민주당 진보파 후보들도 약진
오는 11월7일 개최될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이보다 더 치열한 중간선거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수많은 화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선거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개략적인 설명부터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미국은 4년에 한번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이때 연방 하원의회(435석) 선거도 동시에 치릅니다.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밖에 되지 않아 대통령 선거 사이에 하원 선거를 한번 더 해야 하는데 이것을 ‘중간선거’라고 합니다.
상원은 100석으로 구성되고 임기는 6년입니다. 특이하게도 상원의원 선거는 한번에 치르지 않고 세 그룹(1그룹 33석, 2그룹 33석, 3그룹 34석)으로 나누어서 그룹별로 2년에 한번씩 선거를 개최합니다. 올해는 1그룹 33석에 대한 선거가 있는 해로 여기에서 당선된 상원의원은 2024년까지 임기가 보장됩니다. 다만 이번 중간선거는 다른 그룹에 속하지만 궐석이 된 2석에 대한 보궐선거가 있어서 총 35석의 상원의석을 결정합니다.
중간선거는 집권당의 무덤
연방 의회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가장 궁금하실 텐데요. 미국 현지에서도 언론사와 여론조사 회사가 수많은 선거 예측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최근 몇년간 가장 주목을 받는 예측 프로그램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com, 미국의 통계분석 사이트)의 모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것은 여론조사, 전문가 의견, 선거 모금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입니다.
하원의 경우 2016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241석, 민주당이 194석을 획득했고, 현재 공화당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조사기관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점치고 있고, [그림1(A)]에서 보듯이, 파이브서티에이트의 모델 역시 지난 19일 기준 233 대 202로 민주당이 앞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40석 가까이 의석을 잃게 되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법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돌출적인 행동과 그에 따른 낮은 지지율이 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림2]를 보시면 지난 100여년 동안 치러진 스물여덟번의 중간선거에서 단 세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당이 의석을 잃었고, 40석 이상 의석이 줄어든 경우도 열두차례나 됩니다. 다트머스대학의 정치학자 조지프 바푸미 등이 제시한 ‘정당 균형’(party balancing) 이론이 현재 가장 유력한 설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권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견제하는 미국 유권자의 성향 때문이라는 것이죠. (‘균형, 여론조사 및 미국 의회의 중간선거’, <저널 오브 폴리틱스>, 2010)
상원은 현재 51석 대 49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인데 [그림1(B)]에서 보듯 공화당이 현재의 의석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상원에서는 ‘정당 균형’의 힘이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다기보다는 이번 상원 선거가 워낙에 민주당에 불리한 것이 이유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상원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선거를 치르는데,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35곳 중 현재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 26곳이고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9곳에 불과합니다.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42개 의석은 아예 선거 자체가 없습니다.
트럼프의 미래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하게 되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최근 정부 내부 인사들과 유력 언론인들이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하는 책들을 잇달아 출간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5일 익명의 트럼프 정부 고위공직자가 ‘우리는 트럼프가 미국을 더 이상 망치지 않도록 레지스탕스처럼 숨어서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기고문을 <뉴욕 타임스>에 발표해서 미국 정가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났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화당이 의회 선거에서 참패를 하게 되면 트럼프는 집권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조기 레임덕이 올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이 기고문에 한때 트럼프 대통령을 교체하는 것까지 고려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나오는데요. 혹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할 경우, 일차적으로 하원이 과반수로 탄핵을 의결하여야 하고 그 후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심판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탄핵을 가능하게 할 만큼 중요한 범죄의 확고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느냐도 불분명한데다, 상원 구성을 볼 때 정치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실제 수백년에 걸친 미국 대통령제 역사에서 단 한차례도 대통령의 탄핵에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미국은 우리 헌법과 달리 탄핵 이외의 방법으로 대통령을 교체할 수 있는 절차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트럼프 행정부의 익명의 고위공직자가 언급한 헌법 25차 수정조항입니다. 내각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직무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의회에 서면으로 통보하면,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부통령이 대행을 하게 됩니다. 이때 대통령이 내각의 의견에 반대하면 최종적으로 의회에서 판단하게 되는데, 이때 대통령의 직을 박탈하려면 하원과 상원 모두의 3분의 2 의결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능력 상실 주장은 탄핵과는 달리 위법성에 대한 입증은 불필요하지만 여전히 내각 과반수, 상·하원 각각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보면 이 역시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민주당의 미래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후 분기점에 설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대선 후보로 자천타천 언급되는 인물 중 빅3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입니다. 이 중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주류 정치인을 대변하지만, 샌더스와 워런 상원의원은 민주당 진보파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샌더스와 워런은 일단 이번 중간선거에서 모두 상대 후보를 압도하고 있어서 상원의원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도 이들은 매우 진보적이고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샌더스는 ‘전국민 건강보험’(Medicare-for-All)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소요 예산이 10년간 32조달러, 연평균 3조2천억달러입니다. 2017년 연방정부 지출액이 3조7천억달러였으니, 기존 예산이 두배 가까이 확대되어야 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게다가 지난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온건한 의료보험 제도인 오바마케어조차 트럼프 행정부에서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전통에서는 매우 급진적인 정책입니다. 그런데 이 정책은 여러 조사에서 이례적으로 매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림3(A)]를 보면 전국민 건강보험은 70%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심지어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도 50%가 넘게 지지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워런은 지난달 15일 ‘책임감 있는 자본주의 법’(Accountable Capitalism Act)을 발의했는데, 핵심 내용은 기업의 활동은 주주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에 조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의 대기업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40% 이상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재계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고, 전면전을 치를 기세입니다. 하지만 [그림3(C)]에서 보듯 이것 역시 미국인 전체로 보아 50%가 넘게 지지하고 있고, 공화당 성향 국민들도 35%가 지지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민주당 내 경선에서 차기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던 뉴욕 출신의 하원의원 조 크롤리를 당내 경선에서 꺾고 파란을 일으킨 신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 등 이번 민주당 경선 돌풍의 주역들이 모두 전국민 건강보험, 대학 무상교육, 최저임금 시급 15달러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게 보입니다. 게다가 오바마 전 대통령도 최근 침묵을 깨고 연설에 나서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전통적인 좋은 정책을 넘어서서, 전국민 건강보험이나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와 같은 새로운 좋은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되든 공화당이 되든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는 미국인들의 불만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와 같은 이단적인 보수 정치인의 승리로, 그리고 이번 중간선거에서 급진적인 민주당 진보파의 약진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불평등 극복의 단초가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 국내 정치에도 함의하는 바가 작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시각으로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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