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군축협회의 대릴 킴벌 소장(사진)은 27일(현지시각) 워싱턴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가속화하기를 원하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조처들을 가속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71년 창립된 군축협회는 군축과 핵무기 비확산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워싱턴 싱크탱크로 꼽힌다.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해달라.
“대단한 성공이다. ‘판문점 선언’ 안에는 남북이 몇주 혹은 몇달 안에 취할 수 있는 실제적 신뢰구축 조처들이 있다. 불과 다섯달 전만 해도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얘기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초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김정은의 신년사와 올림픽이라는 작은 창을 중요한 역사적 기회의 창으로 만든 공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아가야 한다.”
―비핵화 부분에 대한 평가는?
“판문점 선언이 구체적 내용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비핵화를 의제에 집어넣는 것은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도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또 김정은 입장에서 비핵화는 향후 몇달, 아니면 몇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해야 할 어려운 주제다. 이제 핵심은 후속 논의, 인내와 끈기, 유연성과 원칙 준수다.”
―북한과 한·미가 얘기하는 비핵화가 다르다며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비핵화는 어떤 핵무기도 존재하지 않고 그 생산 능력도 없앤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다소 다르게 정의하려 할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협상해야 할 몫이다. 비핵화의 정의만큼이나 중요한 점은 북한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고 그 상응 대가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이 어떤 조처를 취하느냐는 것이다.”
―비핵화 시한과 속도에 북-미 간 이견이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의지와 그것을 해결할 돈이 있지만 기술적 이유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다. 비핵화는 수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가속화하기를 원하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조처들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달성해야 목표들을 꼽는다면?
“우선 긍정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두번째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핵무기 실험을 멈추겠다는 약속을 확고히 해야 한다. 나아가 추가 핵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핵분열 물질 생산을 멈추는 합의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은 완전한 동결은 아니지만, (핵무기) 진전을 둔화시키고 협상을 위한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으니까 북한과 미국,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논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판문점 선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계적 군축이다. 전문가로서 조언한다면?
“북한은 ‘적대가 없다면 핵무기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것을 시험해보자. 일단 한·미·일이 예방 공격을 위한 준비처럼 보이는 모든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다. 중요한 신뢰구축 조처가 될 것이다. 북한이 우려하는 것은 한·미 연합군의 공격 능력이다.”
워싱턴/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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