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평가를 유보하기도 한다. 일본 사회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온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28일 <한겨레>와 만나 “일본 역시 북한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모색하며 정지 작업을 하는 듯 보이지만 아베 신조 정부는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부터 들려달라.
“절반의 성공이라 본다.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간 점에 주목한다. 이전까지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선대의 유훈’ 같은 간접적 표현을 써왔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잡이다. 완전한 평가는 북-미 회담 뒤에 할 수 있다. 북-미 회담이 실패한다면 ‘거대한 반동’이 올 것이다. 일부 일본 언론들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북-미 회담으로 가는 길잡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과장된 비판이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은 확실한 방향 설정을 못하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대북 강경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남아 있는 듯하다. 구조적으로는 북-미 회담이 성공하면 북-일 교섭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돼 미·중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면 일본도 참여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교 정상화 노력에 합의한) ‘평양선언’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정지 작업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권의 구심력이 약화되다 보니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해도 회의론이 나오고, 방향 전환을 하려 해도 ‘위기 탈출용이냐’는 냉소적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정권이 교체돼도 새 정권이 강한 정치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 일본이 주도하는 대담한 외교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납북자 문제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데….
“아베 정부는 북한이 고이즈미의 방북 때 밝힌 ‘사망자 8명’이 생존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전원 귀환을 주장한다. 북한은 이 기준이 낮아지길 기다릴 것이다. 일본에서도 진전이 없는 이 문제에 피로감이 일부 있다. 결국 기준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도 강조한다.
“중단거리 미사일 위협론은 너무 확대돼 있다. 일본에 위협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다. 미국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으로 거래한다고 해서 중단거리 미사일이 일본에 새로운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이 문제까지 일괄 타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는 일본이 북한과의 교섭으로 다룰 수 있다. 실제로 평양선언에는 ‘미사일 발사 보류’에 대한 내용이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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