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여야 상하원 의원들과 통상 문제에 대한 모임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 지엠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통상 문제 등을 고리로 한국을 총체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전날 한국과 중국, 일본을 직접 거론하며 이른바 ‘호혜세’를 도입하겠다고 한 데 이어, 한국지엠(GM)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한미군 주둔 비용 문제까지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여야 상하원 의원들과 미국 노동자를 위한 공정무역을 주제로 연 간담회 첫머리에서 “한국지엠이 1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디트로이트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라이슬러도 멕시코에서 미시간주로 이전하고 있다. 엄청난 세금감면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엠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주 환상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한 자신의 세금감면 정책 때문인 것처럼 포장하며, 디트로이트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5월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13일 발표했지만, 공장 폐쇄 뒤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겠다는 발표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엠이 한국 정부에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도 모두 문 닫고 디트로이트로 돌아가는 수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교감 아래 한국 공장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은 그동안 양자 논의 과정에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우리 정부와 지엠 사이의 협의 테이블에서 지엠 쪽을 지원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디트로이트 유턴’ 발언을 꺼냈을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 공장 전면 철수’라는 압박 카드로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의 충분한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심산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한국의 아킬레스건이 된 지엠 문제를 건드리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에서 한국 정부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서도 “한국과 아주아주 나쁜 무역협정을 맺었다. 우리는 한국과 무역협정을 협상하고 있는데, 협상을 하거나 (안 되면) 폐기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자유무역협정 ‘폐기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산 제품에 다른 국가들이 세금만큼 관세를 매기는 ‘호혜세’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자동차, 텔레비전 세트 등이 대부분 한국에서 온다며,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것에 ‘호혜적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일본을 방어하고 한국을 방어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한테 그 비용의 일부만 제공한다”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할 것임을 내비쳤다. 워싱턴 통상 소식통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상 문제에 있어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다각도로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고, 그것을 교두보 삼아 다른 나라를 상대하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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