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한국GM 부평1공장의 모습. 한겨레 이정아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 하루 만인 14일 정부는 미국 지엠(GM) 본사가 일방적으로 던진 협상 일정에 맞춰 따라가기도, 그렇다고 마냥 거부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런 처지에서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엠이 한국공장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2월말까지 결론을 짓자고 한 대목에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로선 지엠이 설정한 일정에 끌려갈 건지 말 건지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지엠이 벌써부터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 정부가 지엠 본사의 일정에 맞출 이유는 없다. 하지만 원칙론만 고수하다가 3월에 각국 글로벌 공장을 대상으로 한 지엠 본사의 신차 배정에서 자칫 한국공장이 배제되면 부평1·2 및 창원공장도 잇따라 문을 닫는 상황으로 빨려들어갈 우려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지엠은 한국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빠져나갈 명분을 얻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엠은 지난 1월에 서울에 와 우리 쪽 관련 기관들과 면담·협의하는 과정에서 29억달러(약 3조원) 신규 투자(증자)와 한국공장 신차 배정계획을 몇 차례에 걸쳐 구두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엠은 자기들이 29억달러를 신규 투자할테니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지분율만큼 참여하라고 했다. 산은 지분율이 17%이므로 5천억원가량 된다. 증자 계획을 꺼내면서 신규 대출 요구도 꺼냈으나 대출금액은 딱 잘라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도 “그동안 지엠이 한국과 협의 과정에서 가동률이 극히 낮은 군산공장은 해법을 찾아보고, 나머지 다른 한국 내 공장에는 신차를 넣고 새로 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신차 배정계획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국지엠 경영 실사 이후 자금지원’으로 일단 방향을 세웠지만, 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한 데 이어 ‘2월말 시한’을 통첩하는 등 일방적으로 가속도를 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엠이 날짜를 못박아가며 압박하는 배경에는 경영 부실의 책임 소재가 드러날 공산이 큰 ‘재무 실사’ 작업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대출이든 증자든 자금지원을 결정하려면 ‘실사’를 거쳐 자금회수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어떤 상황인지 내용을 알아야 지원이든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 있다”며 “그러나 실사 개시 시점과 실사 범위, 실사를 담당할 컨설팅업체 선정 등을 놓고 지엠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김경락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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