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왼쪽)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력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정보위원회 증언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캠프의 내통 의혹에 대한 연방수사국의 수사를 막으려 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추가로 폭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 수장들한테 연방수사국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개입해 이를 막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22일 백악관에서 여러 정부기관 관리들이 참여한 브리핑이 끝난 뒤 대니얼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만 남겨놓고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연방수사국의 수사와 코미 전 국장이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불만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이틀 전 코미 전 국장은 의회에서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터였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 수장들이 개입해 코미로 하여금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게 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이후 코츠 국장은 국가정보국 관리들과 상의해 연방수사국의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이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는 정보기관들에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공모를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해달라고 요구한 데서 훨씬 더 나아갔다”며 “코츠 국장과의 대화는 트럼프가 고위 관리들을 활용해 연방수사국의 수사를 축소시키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과 정치의 분리’라는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 수장들에게 연방수사국 수사에 대한 개입 의사를 타진한 뒤 하루 또는 이틀 뒤 코츠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사이의 공모 증거는 없다는 공개 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했으나, 코츠는 이를 거부했다. 마이크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도 트럼프한테서 같은 요청을 받았으나 역시 거부했다.
<뉴욕 타임스>는 코미 전 국장이 지난 2월1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독대해 플린 전 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 받은 다음날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단 둘이 있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코미 전 국장은 세션스 장관이 백악관의 압력으로부터 연방수사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대통령과 연방수사국 국장의 사적인 대화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세션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과의 독대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을 할 수 없었다고 정부 관리들은 전했다. 코미 전 국장도 트럼프와 나눈 대화 내용을 세션스는 물론 법무부의 어느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연방수사국의 소수 측근들한테만 얘기하고 메모로 남겼다. <뉴욕 타임스>는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와의 독대를 피하려고 한 것은 그의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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