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7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이 막판 주고받기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통상·경제 분야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이는 모양새인 반면, 북핵 등 외교·안보 이슈는 여전히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 통상 이슈 주고받기 우선 통상·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비시장경제’ 지위를 ‘시장경제’ 지위로 변경해주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각) 연방관보를 통해 “중국이 반덤핑 및 상계 관세법에 따른 ‘비시장경제’ 지위로 계속 대우받는 게 적정한지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비시장경제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자국 내 낮은 가격 대신 시장경제 지위를 지닌 제3국 가격을 기준으로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높은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았다. 덤핑 판정 품목의 적정 가격을 더 높게 산정하니까 반덤핑관세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경제 지위를 요구해왔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은 값싼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로 자국 산업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특히 이를 미국 관보에 게재한 것은 정상회담에 앞서 ‘확실한 보증’을 요구하는 중국 쪽에 대한 화답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관보에 게재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공식성과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값싼 중국산 철강의 수입 증가 등으로 자국 철강업계 등이 반발할 게 뻔한데도 중국의 비시장경제 지위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대급부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4일(현지시각) 미-중 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기간 동안 주장했던 ‘취임 첫날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 등에 대해 “재무부 논의에 맡길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당근에 중국이 ‘선물’로 안길 수 있는 것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동부 고속화철도 건설 등 미국의 낙후된 사회기반시설 현대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액이 1조달러(약 112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대한 투자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방안, 중국의 금융시장 추가 개방 등도 반대급부로 거론된다.
이같은 회담 성과가 도출되면 ‘트럼프케어’(건강보험법) 실패와 측근들의 러시아 유착설로 취임 초기임에도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북핵·사드 둘러싼 신경전 외교·안보 의제와 관련해선, 미국 쪽은 대북 제재 강화에 동참하라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시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한 뒤 다시 “시간이 빠르게 소진됐다. (북한과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력하고 싶다”며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당국자는 “한-미 동맹 방어에서 조금도 물러섬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사드 배치 철회 요구에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중국의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엔 “최선의 결과는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와 결의를 아주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이라며 톤을 낮췄다. 일단 정상회담 결과를 본 뒤 추후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선 미국 안에서 세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첫째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한 뒤 실제로는 무역·경제 분야에서 실리를 챙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역과 안보’의 주고받기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를 연계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는 남중국해 문제와 북핵 문제의 ‘빅딜설’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 일부에선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만 확보할 수 있다면 남중국해를 중국에 양보하는 대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셋째는 ‘봉합설’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미-중의 북핵 문제 접근 방법에 대한 견해차가 워낙 크므로 이번 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 공감’ 등의 원칙적 선언만 하는 방식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도 “만 하루 동안의 회의로 모든 이슈를 해결하는 지점까지 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의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뜻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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