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리라는 나의 장담은 명백하게도 큰 실수였다. 나는 왜 틀렸을까? 먼저,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개표가 아직 진행 중인데, 클린턴은 전국적 득표수에서 180만표 이상, 약 1.5%포인트를 앞섰다. 최종 결과가 나오면, 표차는 200만표가량 벌어질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이겼다. 선거인단은 주별로 승자 독식 기준으로 주어진다. 이는 클린턴이 큰 주에서 많은 차이로 축적한 엄청난 표를 사실상 낭비한 반면, 트럼프는 작은 차이로 몇몇 주에서 승리했다는 뜻이다. 이런 이슈를 제쳐놓는다면, 트럼프가 주요 공업지역 주들에서 여론조사 예측치보다 선전한 것을 들 수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클린턴 지지가 오바마 대통령 때보다 약간 낮아진 점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 클린턴이 압도적 차이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표를 얻었지만, 오바마에게 투표했던 상당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 계층 유권자에게서 예상외로 큰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두번의 대선 선거운동 때 상당한 격차로 표를 잃었지만, 이번 대선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클린턴은 거의 40%포인트 차이로 이들의 표를 잃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얻은 많은 표는 주요 주에서 백인 노동계층에 잃은 표를 극복할 만큼 충분히 크지 않았다. 트럼프를 찍은 많은 유권자들이 평소에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악화된 상황은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여론조사를 할 때는 보통 직전 선거에서 투표를 했는지를 조사해서 투표를 하지 않을 듯한 사람들을 제외한다. 2008년이나 2012년에 투표를 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은 것 같다. 트럼프는 이전 공화당 후보들이 하지 않던 식으로 백인 노동자 계층에 호소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 공화당 후보들보다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 여성 혐오 시각을 공개적으로 수용하는 트럼프의 의지가 어느 정도 여기에 기여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 계층의 경제적 곤경을 개선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지난 20여년간 무역적자 증가 때문에 없어진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트럼프는 환경규제 때문에 없어졌다고 주장한 탄광 산업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를 지지한 노동자 계층에는 불행하게도, 트럼프가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의제가 희망적이라는 근거는 별로 없다. 트럼프가 통화 가치에 초점을 맞춰 무역적자를 일부 감축할 수는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진 지역에서 새로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생길 것 같지 않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상으로도 2000년 이후 없어진 600만개 제조업 일자리 중 3분의 1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탄광 산업 일자리만 따져봐도, 아주 사소한 일자리를 제외하면 희망적인 것은 없다. 문제는 이 일자리들이 실제로는 환경규제 때문에 없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일자리는 생산성 향상으로 탄광 노동자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없어졌다. 사실 클린턴은 노동자 계층에 더 나은 의제를 갖고 있었다. 클린턴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부모나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이들에게 유급 가족휴가를 제안했다. 불행히도 노동자 계층 대부분은 이런 의제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문제의 일부는 언론의 선거운동 보도였다. 언론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적절하지 않게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한 데 대해서 엄청 보도를 했다. 그러나 클린턴도 일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클런턴 선거운동 광고는 자신의 이슈보다는 트럼프의 성격을 공격하는 데 집중됐다. 이는 트럼프가 클린턴을 월가의 동맹 그리고 일자리를 국외로 빠져나가게 한 무역적자의 지지자로 묘사하기 쉽게 만들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 공약은 모순되거나 실현 불가능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트럼프 정부가 어떨지 알기는 어렵다. 트럼프는 그의 사업 제국 때문에 엄청난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모든 대통령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자산을 백지신탁(blind trust)할 계획이 없다. 다음달 칼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체제를 좀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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