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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트럼프도 러시아 ‘콤프로마트’ 공작에 걸려들었나

등록 2017-01-15 17:10수정 2017-01-15 21:42

옛소련 시절부터 악명 높은 공작
주요 요인들 성추문 등으로 협박
외국인 상대 국영호텔이 주무대

푸틴 연방보안국장때 더 노골화
검찰총장·야당 대표 등이 표적
사업가 트럼프 섹스파티도 먹잇감
러시아 관영언론에 공개된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가 개인 비서와 같이 침실에 있던 장면. 이 사건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반체제 인사를 제거하려고 벌인 협박 공작인 콤프로마트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러시아 관영언론에 공개된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가 개인 비서와 같이 침실에 있던 장면. 이 사건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반체제 인사를 제거하려고 벌인 협박 공작인 콤프로마트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아직 진실 여부는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과거에 모스크바의 호텔에서 섹스 파티를 하던 장면을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는 정보 문건 사건은 그 수법 면에서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 정보기관이 반체제 인사나 외국 요인들의 약점, 특히 섹스 추문을 엮어내는 것은 그들의 악명높은 공작이었다. 러시아어로 ‘콤프로마트’라고 불리는 이 공작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장으로 있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시절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가장 악명높은 콤프로마트 공작은 1997년 유리 스쿠라토프 러시아 연방 검찰총장의 섹스 스캔들이다. 당시 러시아 관영 텔레비전은 ‘침대 속의 3명’이라는 제목의 비디오 테이프를 내보냈다. 스쿠라토프로 보이는 남성과 2명의 여성이 침대에 같이 있는 장면이었다. 스쿠라토프 총장은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연관된 정경유착을 수사하고 있었다. 당시 연방보안국장이던 푸틴은 그 남성이 스쿠라토프라고 확인해줬다.

1990년대말 보리스 옐치 러시아 대통령의 부패사건을 조사하다가 낙마한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 두 명의 여성과 침실에 있던 장면의 비디오가 공개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시 수장으로 재직하던 연방보안국은 침실에 있던 남성이 스쿠라토프라고 확인해줬다.
1990년대말 보리스 옐치 러시아 대통령의 부패사건을 조사하다가 낙마한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 두 명의 여성과 침실에 있던 장면의 비디오가 공개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시 수장으로 재직하던 연방보안국은 침실에 있던 남성이 스쿠라토프라고 확인해줬다.
스쿠라토프는 사임해야 했고, 크렘린 부패 사건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옐친은 푸틴을 총리로 승진시켰고, 푸틴은 곧 옐친의 뒤를 잇는 최고권력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봄 러시아 관영 <엔티브이>(NTV)는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가 개인 여비서인 나탈리 펠레비나와 같이 침대에 있는 동영상 사진을 공개했다. 푸틴 밑에서 총리를 지낸 그는 퇴임 뒤 반정부 인사로 변신해, 인민자유당 대표를 맡으며 푸틴을 공격해왔다.

그의 비서 펠레비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찍은 것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명백한 비방중상 공작”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야당 내에서 카시야노프의 정치적 영향력은 쇠퇴했다.

콤프로마트의 초기 외국인 희생자는 1950년대 미국의 영향력 있던 언론인 조지프 알소프이다. 그는 1957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가 보낸 동성애자의 유혹을 받고, 두 사람이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이 촬영됐다. 곧 국가보안위원회 요원들이 객실로 들이닥쳤다. 그는 미국대사관에 연락해, 곧 소련을 떠났다.

콤프로마트 공작은 푸틴 시절에 더 노골적이었다. 2010년 ‘무무’라는 젊은 여성 모델이 야당 활동가들과 비판적 언론인들을 유혹해, 자신의 아파트에서 가졌던 밀회와 마약 투약 등이 몰래카메라로 촬영돼 인터넷에 공개됐다.

소련 시절 크렘린궁 근처의 외국인 상대 호텔 ‘인투어리스트’는 스탈린 시절 설립된 국영 호텔이다.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가 그 호텔 종업원 모두를 관리했다. 특히, 매춘여성을 관리했다. 외국 방문객들을 유인해, 호텔에서 성행위 장면을 녹화한 것이다. 객실마다 도청 장치와 카메라가 설치됐다.

인투어리스트 호텔은 소련 전역에 있었다. 현재 독립한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던 인투어리스트 호텔을 인수한 핀란드 소유주인 피프 에하살루는 그 호텔에 있던 각종 콤프로마트 공작 도구, 도청 장치와 카메라 등을 수집해 박물관을 열었다. 에하살루는 “객실 423개 중 60개에 도청 장치가 설치됐고, 이 방들은 외국 사업가 등 관심대상 인물에게 배정됐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모스크바의 인투어리스트 호텔은 지금 리츠칼튼 호텔로 바뀌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13년 모스크바에서 섹스 파티를 했다는 호텔이 바로 이 호텔이다.

콤프로마트의 희생자인 펠레비나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로 공작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그들은 적뿐 아니라 친구들을 상대로도 자료를 수집한다. 언젠가는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직 정보요원도 “(당시) 트럼프는 유명한 사업가이고,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었다”며 “콤프로마트는 모두가 하는 것이다. 영국이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우리가 마거릿 대처를 상대로 그런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그런 정보를 수집했다면, 그게 공개되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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