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 천안문 성루 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항일 전쟁 및 세계 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에 대해 미국 국무부의 공식적 반응과 달리, 워싱턴에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적지 않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지역 내 다른 국가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하는 것은 한국의 주권적 사항”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전문가는 익명을 조건으로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대해 워싱턴의 전반적 분위기는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일부에선 ‘블루팀에 있을 사람이 레드팀에 있다’고까지 말한다”고 전했다. 블루팀은 ‘우리팀’, 레드팀은 ‘상대팀’을 가리키는 말로, 국방부에선 ‘아군’과 ‘적군’을 지칭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중국의 열병식과 관련해선 토너 부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이 기념행사를 주최하는 권리와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도전하려는 건 아니다”면서도 “화해와 치유를 강조하는 행사를 바란다는 점을 중국과 공유해왔다”고 밝혀, 행사의 ‘일본 때리기’ 성격엔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도 “(열병식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미군은 세계 최강이다. 열병식을 통해 우리의 능력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며 중국의 무력 과시를 다소 비꼬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열병식은 내부 국민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보니 글래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라며 ‘내부용’이라는 견해와 “냉전시대의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받았다”(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는 비판적인 견해가 엇갈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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