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매년 25% 수익’ SAC 코언
직원 ‘내부자 거래’ 속속 드러나
전·현 임원 9명중 4명 유죄 인정
2인자 체포뒤 ‘몸통’에 칼 겨눠 2008년 금융위기뒤 월가 본격수사
내로라하는 거물들 줄줄이 쇠고랑
‘금융 경쟁력 약화’ 월가 반발에도
정부 ‘형사처벌·감독 강화’ 의지 지난 3월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동부지구의 한 고급 아파트에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미처 동이 트기도 전, 수사관들은 거침없이 아파트에 들어가 40대 초반의 한 남자를 끌고 나왔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두 아이에게 수갑 찬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그는 제 발로 연방수사국에 찾아가 자수하겠다고 말했지만, 수사관들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연방수사국은 “화이트칼라 범죄 용의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비칠까봐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잘나가는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스타인버그를 새벽 댓바람부터 체포해오라고 지시한 곳은 연방검찰청 산하 뉴욕 남부지검이었다. 이곳은 지금 월가를 상대로 ‘화이트칼라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에스에이시(SAC)캐피털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는 이 전쟁의 하이라이트다. 무려 6년째 쉼없이 계속되고 있다. 150억달러(약 17조원)를 굴리는 이 펀드의 회장 스티븐 코언이 월가의 헤지펀드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날 체포된 스타인버그는 이 회사의 2인자다. ‘몸통’인 코언 회장을 압박하려고 검찰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였다. 지난 24일, 마침내 검찰은 코언에게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 전 대배심에 나오라고 통보함으로써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코언은 1992년 에스에이시캐피털을 설립한 이후 연평균 25%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조지 소로스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 코언 외에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두자릿수 수익률을 올린 헤지펀드 매니저를 찾아보기 힘들다. 코언은 보유자산만 93억달러에 이르는 억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그의 경이적인 수익률이 ‘내부자 거래’의 결과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2008년 여름 그의 부하 직원인 매슈 마토마가 내부자 거래를 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마토마는 미시간대 의과대학의 한 교수에게서 제약회사 엘란과 와이어스가 합동으로 개발하고 있던 알츠하이머 치료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두 회사의 주식을 매입했다가, 얼마 뒤 임상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결과가 공표되기 직전에 주식을 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마토마가 임상실험 정보를 미리 입수한 뒤 코언에게 이를 보고했으리라고 보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지금까지 9명의 전·현직 임원이 검찰의 용의선상에 올랐는데, 이 가운데 4명이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에스에이시캐피털은 지난 3월 두 건의 내부자 거래 관련 민사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 6억1600만달러를 냈다. 주가조작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합의금이었지만, 검찰의 예봉을 조금이라도 무디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수사가 장기간 계속되자 미국 금융산업에 타격을 준다는 비판에도, 검찰은 흔들리지 않았다. 코언은 수사망이 좁혀오는데도 지난 3월 피카소의 초상화 ‘꿈’(Le Reve)을 역대 최고가인 1억5500만달러(1750억원)에 사들이는 등 만용을 부리며 검찰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연방검찰에 걸려든 월가의 거물은 코언만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검찰은 화이트칼라 범죄 단죄에 나서 라자트 굽타 전 골드만삭스 사장과 앤서니 치어슨 레벨 글로벌 인베스터 창업자, 스콧 런던 전 케이피엠지 고위 임원 등 월가에서 내로라하는 거물들에게 줄줄이 쇠고랑을 채웠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미 검찰은 최근 3년 동안 주가조작 혐의로 400건의 수사에 착수해 이 가운데 75건에 대해 형사소송을, 180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과 금융감독 당국의 강한 수사의지가 작용했지만, 월가 내부의 제보가 크게 증가한 덕도 있다. 전통적으로 미 검찰은 주가조작을 일종의 계약위반으로 보고 주로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왔다. 하지만 “벌금보다는 사람을 구속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형사처벌이 증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월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수임료와 보석 보증금, 각종 벌금과 합의금 등 검찰 수사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 증가로 월가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증권거래위원회의 감독 인원을 2014년까지 150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 인상을 의회에 요청해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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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형사처벌·감독 강화’ 의지 지난 3월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동부지구의 한 고급 아파트에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미처 동이 트기도 전, 수사관들은 거침없이 아파트에 들어가 40대 초반의 한 남자를 끌고 나왔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두 아이에게 수갑 찬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그는 제 발로 연방수사국에 찾아가 자수하겠다고 말했지만, 수사관들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연방수사국은 “화이트칼라 범죄 용의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비칠까봐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잘나가는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스타인버그를 새벽 댓바람부터 체포해오라고 지시한 곳은 연방검찰청 산하 뉴욕 남부지검이었다. 이곳은 지금 월가를 상대로 ‘화이트칼라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에스에이시(SAC)캐피털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는 이 전쟁의 하이라이트다. 무려 6년째 쉼없이 계속되고 있다. 150억달러(약 17조원)를 굴리는 이 펀드의 회장 스티븐 코언이 월가의 헤지펀드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날 체포된 스타인버그는 이 회사의 2인자다. ‘몸통’인 코언 회장을 압박하려고 검찰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였다. 지난 24일, 마침내 검찰은 코언에게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 전 대배심에 나오라고 통보함으로써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코언은 1992년 에스에이시캐피털을 설립한 이후 연평균 25%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조지 소로스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 코언 외에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두자릿수 수익률을 올린 헤지펀드 매니저를 찾아보기 힘들다. 코언은 보유자산만 93억달러에 이르는 억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그의 경이적인 수익률이 ‘내부자 거래’의 결과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2008년 여름 그의 부하 직원인 매슈 마토마가 내부자 거래를 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마토마는 미시간대 의과대학의 한 교수에게서 제약회사 엘란과 와이어스가 합동으로 개발하고 있던 알츠하이머 치료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두 회사의 주식을 매입했다가, 얼마 뒤 임상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결과가 공표되기 직전에 주식을 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마토마가 임상실험 정보를 미리 입수한 뒤 코언에게 이를 보고했으리라고 보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지금까지 9명의 전·현직 임원이 검찰의 용의선상에 올랐는데, 이 가운데 4명이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에스에이시캐피털은 지난 3월 두 건의 내부자 거래 관련 민사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 6억1600만달러를 냈다. 주가조작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합의금이었지만, 검찰의 예봉을 조금이라도 무디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수사가 장기간 계속되자 미국 금융산업에 타격을 준다는 비판에도, 검찰은 흔들리지 않았다. 코언은 수사망이 좁혀오는데도 지난 3월 피카소의 초상화 ‘꿈’(Le Reve)을 역대 최고가인 1억5500만달러(1750억원)에 사들이는 등 만용을 부리며 검찰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연방검찰에 걸려든 월가의 거물은 코언만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검찰은 화이트칼라 범죄 단죄에 나서 라자트 굽타 전 골드만삭스 사장과 앤서니 치어슨 레벨 글로벌 인베스터 창업자, 스콧 런던 전 케이피엠지 고위 임원 등 월가에서 내로라하는 거물들에게 줄줄이 쇠고랑을 채웠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미 검찰은 최근 3년 동안 주가조작 혐의로 400건의 수사에 착수해 이 가운데 75건에 대해 형사소송을, 180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과 금융감독 당국의 강한 수사의지가 작용했지만, 월가 내부의 제보가 크게 증가한 덕도 있다. 전통적으로 미 검찰은 주가조작을 일종의 계약위반으로 보고 주로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왔다. 하지만 “벌금보다는 사람을 구속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형사처벌이 증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월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수임료와 보석 보증금, 각종 벌금과 합의금 등 검찰 수사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 증가로 월가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증권거래위원회의 감독 인원을 2014년까지 150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 인상을 의회에 요청해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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