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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해낼 것이다”

등록 2009-01-21 03:53수정 2009-01-21 15:00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축하연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축하연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은 실제 상황이며, 쉽거나 짧은 시간에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해낼 것이다.”

 20분간 계속된 버락 오바마 미국 44대 대통령의 취임사는 한마디로 국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위기를 극복해 새로운 미국을 만들자는 말로 요약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보다 추상적인 표현이나 언어적 기교를 피한 채 구체적이고 짧은 표현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비장감을 강하게 풍겼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역사적인 순간임에도 그는 가장 먼저 미국이 중대한 위기의 처해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얘기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은 실제상황”이라면서 이런 도전이 심각할 뿐만아니라 많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거듭 각인시키며 쉽게 또 짧은 기간에 해결되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오늘, 우리는 두려움 대신에 희망을, 갈등과 이견을 넘어 화합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일어나 먼지를 털고 오늘부터 미국을 다시 만들기 위한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근면과 정직, 용기, 공명정대한 행동(fair play) 등 8대 덕목을 실현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인 만큼, 오바마의 취임사는 상당 부분이 경제 문제에 할애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현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과 함께 앞으로의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미국 경제의 탐욕과 무책임’을 꼽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집단적인 실패도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능동적인 역할을 맡아 과감하고 신속한 행동이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도로와 교량, 전력 공급망, 디지털 회선 구축 등으로 대표되는 인프라 건설과 과학기술의 진흥과 보건의료의 질적 향상, 풍력과 태양광, 지열 등 재생가능 에너지의 활용 확대 등을 예로 들며 취임 뒤 실행에 옮겨질 경기부양책의 골격을 재차 설명했다.

 특히 미국 경기부양책을 놓고 불어나는 예산 부담과 ‘큰 정부’ 출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미국 정부의 덩치가 크냐 작냐가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예산이 적냐, 충분하냐는 문제가 아니라 예산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비효율적인 프로그램에 무책임하게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는 “(이번 위기가) 시장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을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 수 있으며,오로지 부유한 자들만을 위하면 국가는 장기간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삼 일깨워줬다”고 말해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감독기능 강화 방침을 시사했다.


 오바마의 취임사에는 성공에 대한 비전도 담겨 있었다. 그는 경제의 성공은 단순히 국내총생산(GDP)의 규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며, “부의 규모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부의 공정한 분배와 함께 개인의 성공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제 사회에는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 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재임 8년 동안 취해왔던 독주 노선을 버리고 공존공생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며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그는 “이라크를 주민들에게 책임있게 넘기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어렵게 얻은 평화를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래된 친구와 예전의 적들과 함께 핵 위협을 줄여나가는 데도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테러를 유발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살육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반드시 패퇴시키겠다며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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