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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열차’ 워싱턴 입성…‘변화의 기적’ 울렸다

등록 2009-01-18 21:31수정 2009-01-18 23:35

[미리보는 오바마 취임식]
링컨의 이동경로 따라 취임식 일정 ‘첫발’
기찻길 환영인파 “역사적 순간 동참 감격”

미국과 세계를 향해 ‘변화’를 약속한 오바마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미국 역사 232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으로 20일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17일(현지시각) 통합의 열차 ‘오바마 익스프레스’를 타고 워싱턴에 도착해 나흘에 걸친 역사적 취임식 일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 독립선언 당시 수도이자 헌법이 제정됐던 필라델피아를 출발해 워싱턴까지 137마일(220㎞)을 6시간30분 동안 열차로 이동하면서, 미국인들의 힘을 모으고 건국 선조들의 약속을 재건해 ‘제2의 건국’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기찻길은 오바마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1851년 취임식에 앞서 이동했던 여정이며, 링컨처럼 미국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필라델피아를 출발하기 전 연설에서 “최악의 경제위기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중대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건국 선조들이 보여준 것과 똑같은 인내와 이상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대선은 미국을 변화시키기 위한 임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 나라의 재건에 우리 모두 맡은 바 임무를 다할 것”을 호소했다.


1939년에 제작된 ‘오바마 익스프레스’ 열차에는 오바마 당선자와 이날 생일을 맞은 부인 미셸과 두 딸,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 부부, 그리고 미국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보통 미국인 41명, 오바마 당선자의 친지들이 탑승했다.


영하의 추위도 역사적인 새 대통령의 얼굴을 먼발치에서라도 보려고 기찻길 곳곳에 몰려나온 환영 인파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오바마 일행이 탄 열차가 지나는 순간 이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거나 환호성을 지르면서, 미국이 오바마와 함께 어려운 시절을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과 감동을 품었다.

선거기간 내내 오바마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는 재클린 틴슬리(56)는 “내 평생 흑인 대통령을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오바마가 우리의 기대를 모두 채워줄 수는 없더라도, 그는 현재 우리가 필요로 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메릴랜드주 해버디그레이스역을 통과하는 통합열차를 지켜본 헤렌 크레이어(74)는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을 지휘하게 된 오바마는 이날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어려운 날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며 “그러나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 첫 선서를 한 이래 우리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정신을 되살린다면 우리 앞의 도전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미국을 위한 조직’이라는 풀뿌리 운동을 새롭게 펼쳐나가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선거기간 동안 확보한 지지자 1300만명과 300만 후원자, 오바마닷컴에 등록한 200만명, 120만명의 선거 자원봉사자 등이 민주당 전국위원회 아래 새롭게 모여 오바마의 국정 수행을 지원하는 외곽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자는 20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각 21일 새벽 1시30분) 열리는 취임식에서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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