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 든 엉클샘’ 불편한 진실과의 대면
[베스트셀러로 짚어본 2006 세계] ① 미국
유일 초강대국 자만 반성
‘부정하는 국가’ 등 논픽션 봇물
이라크 전쟁 넘어 9·11 진실찾기 2006년 세계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지구촌 사람들은 올 한해에도 제각각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씨름하며 분투했다. 한 사회를 관통하는 고민과 비전은 책을 통해 압축적으로 표현된다. 올 한 해에도 국내외에서는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각종 베스트셀러들이 쏟아졌다. 이 책들을 통해 올 한 해 지구촌 사람들의 희망과 좌절, 고민 등을 다섯 차례로 나누어 살펴본다. 픽션이 판을 치던 미국 출판가에서 올해는 유독 논픽션이 강세를 보였다. 픽션 이상의 공포와 충격을 안겨준 9·11 동시테러 이후 나타난 변화다. 이라크전이 논픽션 부문의 주류를 이룬 것도 특징이다. 이슬람, 중동, 이라크, 미국 정치 등 탈냉전 이후 유일 초강대국의 자만에 빠졌던 미국인들은 요즘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고 있다. 서점 입구 눈에 띄는 진열대나 대형 할인매장의 책 코너에는 각종 논픽션 베스트셀러들이 20~40% 할인된 가격으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의 <부정하는 국가(State of Denial): 부시는 전쟁 중 제3권>은 9월 말 이후 100만부 넘게 팔린 올해의 ‘밀리언셀러’다. 초판만 75만부가 발행됐다.
책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종교적 확신에 차 이라크 침공 결정을 내린 ‘자기 확신의 포로’다. 기능장애의 전시내각을 주재하면서 지적 능력도 떨어지는 조급증의 지도자로 각인되고 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아무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 “절대왕정 국가의 왕실이 돼버린” 백악관, 서로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각료들의 모습은 차라리 ‘광대극’이라고 혹평한다. 딕 체니 부통령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부시의 전쟁관리 내각은 “임시로 급조된 야구팀” 수준이라고 꼬집는다. 이라크전의 진실에 대면하게 된 미국인들은 지난 6일 발표된 이라크연구그룹의 보고서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발간 첫날부터 재판에 들어가 연말 베스트셀러 페이퍼백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보고서가 부시 행정부의 ‘메시아적 신보수주의’를 대체할 현실주의 외교의 부활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쟁국가’의 국민이 돼버린 미국인들은 이라크전뿐 아니라 그 원인이 된 9·11의 진실 찾기 행보도 계속하고 있다. 로런스 라이트의 <높이 드리운 타워(Looming Tower): 알카에다와 9·11로 가는 길>, 리 해밀턴의 <전례가 없는(Without Precedent): 9·11위원회의 속얘기> 같은 책들도 꾸준하게 팔린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가상 기소장인 <미국 대 조지 부시>나, 부시를 조롱하는 정치유머집 <나쁜 대통령>(Bad President) 같은 책들도 심심찮게 팔려나간다.
이 와중에 마크 스타인의 <미국 혼자라도>(America Alone)는 “홀로 남은 미국이 서구문명의 보루로서 문명의 적들과 대적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런 신보수주의류 서적이 없진 않지만 서점가를 장식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애국주의적 이념서적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연말 미국 서점가는 미국인들에게 금기시됐던 또다른 진실로 파문이 일고 있다. 퇴임 후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팔레스타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아니라 평화를>이 그 주인공이다. 카터는 책에서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유대인들과 이들이 장악한 언론들은 중동평화협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카터 전 대통령에게 반유대주의자란 비판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지난달 14일 출판 이래 10만여부가 팔렸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유대인들의 비난이 더해질수록 책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역설적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부정하는 국가’ 등 논픽션 봇물
이라크 전쟁 넘어 9·11 진실찾기 2006년 세계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지구촌 사람들은 올 한해에도 제각각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씨름하며 분투했다. 한 사회를 관통하는 고민과 비전은 책을 통해 압축적으로 표현된다. 올 한 해에도 국내외에서는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각종 베스트셀러들이 쏟아졌다. 이 책들을 통해 올 한 해 지구촌 사람들의 희망과 좌절, 고민 등을 다섯 차례로 나누어 살펴본다. 픽션이 판을 치던 미국 출판가에서 올해는 유독 논픽션이 강세를 보였다. 픽션 이상의 공포와 충격을 안겨준 9·11 동시테러 이후 나타난 변화다. 이라크전이 논픽션 부문의 주류를 이룬 것도 특징이다. 이슬람, 중동, 이라크, 미국 정치 등 탈냉전 이후 유일 초강대국의 자만에 빠졌던 미국인들은 요즘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고 있다. 서점 입구 눈에 띄는 진열대나 대형 할인매장의 책 코너에는 각종 논픽션 베스트셀러들이 20~40% 할인된 가격으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의 <부정하는 국가(State of Denial): 부시는 전쟁 중 제3권>은 9월 말 이후 100만부 넘게 팔린 올해의 ‘밀리언셀러’다. 초판만 75만부가 발행됐다.
책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종교적 확신에 차 이라크 침공 결정을 내린 ‘자기 확신의 포로’다. 기능장애의 전시내각을 주재하면서 지적 능력도 떨어지는 조급증의 지도자로 각인되고 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아무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 “절대왕정 국가의 왕실이 돼버린” 백악관, 서로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각료들의 모습은 차라리 ‘광대극’이라고 혹평한다. 딕 체니 부통령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부시의 전쟁관리 내각은 “임시로 급조된 야구팀” 수준이라고 꼬집는다. 이라크전의 진실에 대면하게 된 미국인들은 지난 6일 발표된 이라크연구그룹의 보고서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발간 첫날부터 재판에 들어가 연말 베스트셀러 페이퍼백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보고서가 부시 행정부의 ‘메시아적 신보수주의’를 대체할 현실주의 외교의 부활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쟁국가’의 국민이 돼버린 미국인들은 이라크전뿐 아니라 그 원인이 된 9·11의 진실 찾기 행보도 계속하고 있다. 로런스 라이트의 <높이 드리운 타워(Looming Tower): 알카에다와 9·11로 가는 길>, 리 해밀턴의 <전례가 없는(Without Precedent): 9·11위원회의 속얘기> 같은 책들도 꾸준하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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