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빈곤퇴치’ 내걸고 재등장
콘트라 반군과 손잡고 유연한 행보…미 반미동맹 우려
콘트라 반군과 손잡고 유연한 행보…미 반미동맹 우려
니카라과 대선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전 대통령이 16년만의 재집권에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에이피>(AP) 등 주요 외신들이 선거감시단체인 윤리투명그룹의 임시 집계결과를 인용해 6일 보도했다.
임시 집계는 일종의 ‘출구 조사’로, 산디니스타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집계의 정확도를 가늠하기 위해 오르테가를 제외한 4명의 후보들이 요청해 실시된 것이다.
1979년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을 이끌며 미국의 지원을 받은 소모사 가문의 독재를 종식시킨 뒤 84∼90년 대통령을 지낸 오르테가는 미국에 눈엣가시였다. 미국은 반혁명세력(콘트라 반군)을 지원해 8년 간의 내전으로 몰고갔고, 경제봉쇄를 단행했다. 그 결과 경제는 황폐해졌고 오르테가 정부는 1990년 대선에서 패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오르테가의 복귀를 공공연히 반대했다. 폴 트리벨리 니카라과 주재 미국대사와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국 상무장관은 오르테가가 집권하면 니카라과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끊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노골적으로 우파 진영의 에두아르도 몬테알레그레 후보를 지지했다.
오르테가는 콘트라 반군 출신 하이메 모랄레스를 러닝메이트로 삼고 해외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밝히는 유연한 행보를 보이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가 집권할 경우 니카라과도 베네수엘라와 쿠바와 함께 반미동맹의 일원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오르테가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값싼 원유와 비료를 니카라과 농촌 지역에 공급하는 등 경제 지원에 나섰다.
미국의 경고에도, 부패에 연루됐을 뿐 아니라 빈곤 퇴치에도 실패한 현 정부에 실망한 많은 니카라과인들은 ‘야만주의적 자본주의’를 끝내겠다고 공언한 오르테가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니카라과는 중미에서 두번째로 가난한 나라로 인구의 8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간다. 선거에 참여한 게마 아마야 라이오스(26)는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오르테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이라며 그가 승리하면 16년 전과는 다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