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가지지구의 남부 도시 칸유니스 거리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의 정치·군사 담당자가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지원이 민간인에 끼칠 영향 등에 대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듯 이뤄지고 있다”고 항의하며 사표를 냈다.
국무부 정치·군사국에서 의회 및 대외업무 책임자로 근무하다 지난주 사임한 조시 폴은 23일 실린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자신이 국무부를 떠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10년 넘게 외국에 무기를 지원하는 일을 책임지는 부서에서 일하며 무기 지원과 관련한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도전적인 많은 논의에 참여해왔다”며 “그렇지만 이번 달에 논의도 논쟁도 없이 무기를 외국에 보내는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이것은 내가 알던 국무부가 아니다. 이것이 내가 국무부를 떠난 이유”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뒤 곧바로 미국에 무기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무력충돌과 관련이 없는 다양한 무기가 포함되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솔직한 논의를 촉구했으나, 논의는 실종된 채 “가능한 한 빨리 이스라엘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시만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과거 인권 관련 불미스런 기록이 있는 나라의 지원 요구에 대해선 제동을 걸어온 의회도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압박해 왔다고 했다.
폴은 자신이 4차례 행정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미국의 무기가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쓰이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논란이 된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런 원칙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더 강화됐지만 이번 이스라엘 지원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무기가 이스라엘에 지원되면 위험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특히 공대지 무기는 민간인에 피해를 주고 인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무부는 이런 위험에 대한 논의를 피하기에만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인권침해 우려와 우방국가의 요구 사이의 긴장을 관리하는 건 무기지원 정책 과정의 표준적이고 건강한 부분”이라며 “얼마전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보낼 것인지를 둘러싸고 국무부 내부에서 벌어진 격렬했던 논쟁은 위기의 한복판에서도 이런 논쟁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관해선 이런 논의나 논쟁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우리의 이스라엘 안보 공약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니다”며 “그것은 오히려 막다른 길로 가는 것이며 우리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이고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슬로 협정이 1993년 체결된 이래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지원을 해온 기본 전제는 “안보와 평화의 교환”이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면 이스라엘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의 출현을 허용할 것이라는 게 기본전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지원은 이스라엘을 평화로 이끌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 지원은 오히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더 많은 정착촌을 건설하도록 부추겨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점점 더 어렵게 했고, 인구가 조밀한 가자지구를 잇따라 폭격하게 해 많은 사상자만 나오게 하고 이스라엘 안보엔 아무 기여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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