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스컬리스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11일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하원을 마비시킨 의장 공석 사태를 끝내기 위한 공화당 의원들의 투표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분열상을 보이는 공화당 의원들이 본회의 투표에서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할지가 불확실해 혼란의 장기화 가능성이 여전하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11일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113표를 얻어 99표에 그친 짐 조던 법사위원장을 누르고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조던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으나 고배를 들었다.
이날 하원은 오후에 곧 본회의 투표를 이어가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공화당의 요구로 휴회를 선언했다. 본회의는 12일 정오로 다시 잡혔으나 의장 선출 투표가 진행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통상 하원 다수당이 의장 후보를 선출하면 곧 야당까지 참여하는 본회의 투표를 거쳐 의사봉을 잡는다. 야당은 자당 후보를 밀지만 여당의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후보가 의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의 내분 탓에 스컬리스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선출 일정이 미뤄졌다.
이달 3일 공화당 초강경파가 민주당과 합세하는 바람에 해임당한 케빈 매카시 전 의장도 지난 1월 비슷한 상황에서 홍역을 치른 끝에 자리에 올랐다. 당시 ‘프리덤 코커스’ 모임을 중심으로 초강경파 의원들이 자신들 의제를 충분히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카시 전 의장이 아닌 이들에게 계속 표를 던지는 바람에 투표가 15차례나 이어졌다. 1859년 44차례 투표 끝에 의장을 뽑은 뒤 가장 많은 투표 횟수였다. 매카시 전 의장은 당시 초강경파에게 무릎을 꿇어 의원 단 1명도 의장 해임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화근이 돼 이번에 자리를 뺏겼다.
스컬리스 후보로서는 상대인 조던 위원장을 지지한 표를 대부분 흡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공화당 의원 221명 중 217명의 표를 얻어야 과반 득표로 의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일부는 본회의 표결에서 스컬리스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거나 조던 위원장을 또 찍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일부는 그에게 하원 운영 방식을 강경파 요구대로 만들라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스컬리스 후보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카시 전 의장 선출 때 끝까지 반대한 데 이어 그의 해임안까지 제출한 초강경파 맷 게이츠 의원이 “스컬리스 의장 만세”라며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번에도 선출이 지연돼 하원의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면 안팎의 현안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큰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 행정부는 전폭적 지원을 공언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승인될 수 없다. 11월 중순까지 편성해놓은 임시예산의 시효가 닥치면 연방정부는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에 빠진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도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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