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하원 표결을 통해 해임당했다. 미국 역사에서 하원의장이 해임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정치적 대립과 혼란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하원은 3일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이로써 지난 1월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취임한 그는 10개월 만에 의장직을 잃었다.
민주당에서는 의원 212명 중 표결에 참여한 208명 전원이 해임에 찬성했다. 매카시 의장이 소속된 공화당에서는 소속 의원 221명 중 218명이 표결에 참여해 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의원들의 대다수인 210명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민주당이 해임에 찬성하는 몰표를 던진 가운데 공화당 의원 8명이 이에 가담한 게 결정적이었다.
매카시 의장의 자리를 빼앗은 해임안은 지난달 30일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한 게 발단이 됐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며 반발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임시예산안에서 빠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관련해 “(매카시 의장과) 우크라이나에 관한 합의를 하나 맺었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이면 합의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카시 의장 해임안은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이 2일 밤 발의했다. 그는 해임한 제출 뒤 기자회견에서 “하원의장이 누구를 위해 하는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매카시 의장을 배신자로 취급했다.
미국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안 제출은 1910년 조지프 캐넌 의장, 2015년 존 베이너 의장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과거에는 해임안이 가결된 적은 없으며, 공화당 소속이던 베이너 의장은 해임안 제출과 맞물려 당내에서 지지를 잃자 자진 사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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