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 전선에 배치된 레오파르트2 전차 부대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으로 인한 미국 하원의장 공석 사태로 예산 법안들의 앞날이 더 불투명해지면서 우크라이나가 다급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매카시 전 의장 해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세기가 어떻게 될지 결정하는 문제”라며 하원 상황이 지원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을 경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런 우려는 미국 의회가 지난달 30일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을 막으려고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확정할 때부터 본격화됐다. 의회 지도부가 공화당 강경파를 달래려고 원래 임시 예산안에 있던 60억달러(약 8조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뺀 것이다. 게다가 지원에 찬성해온 매카시 전 의장이 낙마해 미국의 계속적 지원 가능성에 물음표가 커졌다.
핵심은 백악관이 새 회계연도에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요청한 240억달러가 살아남느냐, 또 제때 집행할 수 있느냐다. 이 돈은 ‘예산을 크게 깎아야 한다’는 하원 공화당 강경파의 저항과 ‘5월에 백악관과 한 합의를 지키라’는 민주당의 요구 사이에서 통과 전망이 불투명한 예산안에 포함돼 있다. 차기 하원의장 선출이 미뤄져 하원 의사 일정 및 상원과의 조율이 불발되거나, 의장이 뽑히더라도 지원 거부 움직임이 커진다면 미국의 군사 원조는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하원의장직 도전을 선언한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원조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새 예산안도 반대한다.
시엔엔(CNN)은 우크라이나군은 매달 장비와 탄약 등 25억달러(약 3조원)어치를 소모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최대 원조국 미국이 돈을 대지 않으면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주에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전에 승인한 260억달러 중 16억달러만 남았고, 대통령이 재량으로 군사 장비를 지원할 수 있는 한도는 54억달러어치로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다. 또 예산 확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지금도 지원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중요한 연설”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 쪽으로부터 가로챈 7.62㎜ 구경 탄환 110만발을 지난 2일 우크라이나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예멘의 후티 반군에 주려던 것을 미군이 해상에서 압수한 것이다. 미국이 적성국한테 빼앗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쪽도 탄약 보급에 힘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