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가운데)이 26일 재판에서 플리바기닝 합의를 인정받지 못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재판에서 변호인단과 검찰이 합의한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조건부 형량 감경)을 판사가 “위헌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죄를 인정하는 대신 징역형을 면하는 선에서 법적 시비를 매듭지으려던 헌터 쪽은 매우 곤혹스러워졌다.
26일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연방지방법원에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50만달러(약 19억원)가량의 소득을 숨겨 세금을 10만달러 이상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헌터의 재판이 열렸다. 헌터는 2018년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총기를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지난달 마약을 복용하지 않고, 총기를 소유하지 않고,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조건으로 2년간 보호관찰을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심리를 주재한 메리옐런 노레이카 판사는 처음부터 공세적으로 합의의 문제점을 따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노레이카 판사는 헌터의 탈세와 관련된, 외국을 위한 로비 활동도 플리바기닝으로 모두 면책하기로 했냐고 물었다. 검찰은 그렇지 않고 별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헌터는 폭넓은 면책을 보장하지 않는 합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변호인도 벌떡 일어나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합의 내용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밝혀 법정을 혼란스럽게 만든 양쪽은 즉석에서 다시 협의했고, 변호인은 자신이 부정확하게 말했다며 검찰의 설명이 맞다고 인정했다.
노레이카 판사는 이후엔 보호관찰 집행 방식을 문제 삼았다. 통상적으로는 법무부가 보호관찰 조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때 처벌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보다 중립적이라는 이유로 노레이카 판사한테 그 역할을 맡긴다는 내용을 담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법무부가 정치적 보복을 위해 헌터를 가혹하게 다룰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 장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노레이카 판사는 이는 사법부 소속인 자신이 하면 안 되는 일이라며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노레이카 판사는 3시간의 심리 도중 변호인들이 자신을 “고무 도장”(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으로 여긴다며 거듭 질책했다. 또 “표준에 맞지 않는다”거나 “그걸 적은 종이 값만도 못한 합의”라며 변호인단과 검찰에 “돌아가서 다시 만들어오라”고 요구했다. 그는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다.
미국 언론들은 당황한 표정의 헌터가 일단 유죄를 부인한다고 밝히고 법정을 나섰다고 전했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합의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주요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사건에 대한 플리바기닝 합의가 법원에서 퇴짜를 맞으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법무부는 헌터를 봐주려고 했다는 비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그(헌터)는 사인이고, 이 사안은 그의 개인적 문제”라며 “수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검사의 지휘 아래 독립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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