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웨스트윙에서 의문의 코카인이 발견되며 공화당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정쟁 소재로 삼고 있다. 초점은 마약 중독 전력이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다.
웨스트윙은 백악관 본채의 서쪽에 있는 별채로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룸과 상황실 등이 배치돼 있다. 이곳에서 지퍼백에 든 흰색 가루가 발견된 것은 일요일인 지난 2일이었다. 테러에 사용되는 물질일 수 있다는 우려에 백악관 직원들이 급히 대피하고 건물이 일부 폐쇄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캠프데이비드 별장으로 떠나 백악관을 비운 상태였다. 문제의 가루는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누가 이를 반입했는지 드러나지 않으면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 경호국은 코카인 발견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며, 확인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코카인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엠에스엔비스>(MSNBC) 방송은 백악관이 정밀 분석을 위해 코카인 가루와 지퍼백을 한 연구소에 보냈고, 지문이나 디엔에이(DNA)를 채취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이를 호재로 삼아 공격에 나섰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6일 킴벌리 치튼 백악관 경호국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미국인들은 불법 마약이 기밀 정보가 교환되는 곳에서 발견됐는지 여부를 알아야 한다”며 정확히 어디에서 코카인을 발견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5년간 백악관에서 마약을 발견한 사례가 또 있는지, 반입자가 확인되면 체포할 의사가 있는지 답하라고 했다.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커린 잔피에어 대변인은 “경호국이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그는 웨스트윙은 백악관 투어에 나선 시민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며, 발견 당일에도 사람들로 붐볐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5일 소셜미디어에 “오벌룸 근처 웨스트윙에서 발견된 코카인을 헌터와 조 바이든 외의 사람이 쓰려고 했다는 걸 믿을 사람이 있냐”며 바이든 대통령 부자를 지목했다. 또 기밀 유출 혐의로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를 겨냥해 “트럼프를 미워하는 미친 특별검사는 코카인 발견 장소에서 목격된 적 있나? 내겐 그가 코카인 중독자로 보인다”고 했다.
공화당 쪽이 대놓고 헌터를 지목하고 나선 것은 그가 코카인 중독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헌터는 2014년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와 해군 예비역에서 퇴역 당했다. 2021년에 낸 자서전에선 코카인 중독 경험과 아들을 중독에서 구해내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애절한 호소를 묘사했다. 헌터를 엮으려는 쪽은 이런 경험에다, 그가 코카인이 발견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 캠프데이비드로 떠났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코카인이 이틀 뒤에나 발견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는 반론도 나온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가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의 치적을 비교하고 느낀 “커지는 좌절감” 탓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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