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일 밤 연방정부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 통과 뒤 기자회견장으로 가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사상 첫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기 위한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이 전날 하원에 이어 1일 밤(현지시각) 상원 본회의도 통과했다. 연초부터 경고돼온 미국의 디폴트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
상원은 2024·2025년 지출을 사실상 동결하는 대신 31조4천억달러(약 4경1030조원)인 연방정부 부채 한도 적용을 대선 뒤인 2025년 1월까지 유예하는 ‘재정 책임법안’을 찬성 63 대 반대 36으로 가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합의한 법안이 연방정부 재정 고갈이 예상되는 6월5일 전에 발효되지 못하면 최초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 있었다.
전날 하원은 찬성 314 대 반대 117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이에 비해 반대 비율이 높았다. 상원에서 법안 통과에는 100표 중 60표가 필요한데 그보다 불과 3표 많은 찬성을 받은 것이다. 민주당은 반대가 5명(민주당 성향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 포함)에 그쳤지만 공화당은 49명 중 31명이나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공화당 의원들이 중국에 맞서려면 국방 예산을 상당히 늘려야 하는데 합의안이 그럴 여지를 없앴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쪽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 대폭 삭감을 약속해야 부채 한도를 올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공화당 ‘안보 매파’들은 복지비 지출은 크게 줄이는 대신 국방비 지출은 많이 늘리자고 주장한다. 법안은 내년 국방 예산 3.3% 증가를 유지하고, 2025년에도 증액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 의원들이 국방비 증액을 보장하거나 다른 분야 지출을 더 깎아야 한다며 낸 수정안 10건, 민주당 의원이 낸 수정안 1건이 부결된 뒤에야 애초 합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수정안이 가결되면 이미 합의안을 통과시킨 하원과 조정을 거쳐야 해, 디폴트 현실화 전에 새 합의안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위기감을 느낀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합의안은 중국, 러시아, 그밖의 적들을 억제하는 충분한 군사 능력을 위해 적절한 추가 자금을 배정하는 상원의 능력과 무관하다”는 공동성명으로 ‘안보 매파’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상·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후 “오늘 밤 양당 상원의원들은 어렵게 이룬 경제의 진보를 지켜내고 미국이 최초의 디폴트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했다”며 환영 성명을 내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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