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17일 부채 한도 인상 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정부 부채 한도 인상 협상에 대해 낙관적 입장을 밝혔다. 양쪽은 며칠간 집중적으로 실무 협상에 나서기로 해, 이번 주말이 디폴트 위기의 심화 여부를 가르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부채를 갚지 못하면 미국 경제와 미국인들에게 재앙적일 것”이라며 “우리는 예산 문제에 대해 합의할 것이고, 미국은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이뤄진 의회 지도부와의 두 번째 회동에서 디폴트에 빠지면 안 된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며, 일본에서도 협상을 챙기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21일 주요 7개국 정상회담을 마치고 파푸아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부채 한도 인상 협상을 이유로 두 나라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바로 돌아온다.
매카시 의장도 이날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결국 우리는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부채 한도를 인상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이르면 6월1일에 기존 부채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낙관적 입장을 밝힌 데는 백악관이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한 게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 한도 인상과 지출 삭감은 별개이므로 함께 협상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큰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말로 양보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마침내 뒤로 물러섰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전날 협상 담당자들을 지정해 실무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매카시 의장은 2차 회동 직후에도 “주말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요구하는 지출 삭감과 관련해 코로나19 대응 예산 불용액을 되돌리는 데 의견이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 의지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식료품 스탬프를 주지 말아야 한다며, 이 분야 지출 삭감도 주장했다. 공화당은 의료복지 축소도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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