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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반도체 보조금 ‘삼성·SK 족쇄’…중국서 5% 이상 증산 불가

등록 2023-03-22 09:49수정 2023-03-22 11:42

생산능력 5% 이내 확대, 기술 업그레이드는 허용…‘최악은 피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칩과 과학법’에 따른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수혜 업체들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10년간 5%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 쪽과의 공동 연구 등 기술 협력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각)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과 관련된 반도체 보조금 ‘가드레일’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법이 규정한 중국에서의 ‘실질적 생산 확대 금지’ 등을 상세히 정의한 가드레일은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된다.

가드레일 내용을 보면,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받으면 첨단 반도체는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 대상국’에서는 생산을 5% 안에서만 확대할 수 있다. 범용(레거시) 반도체는 생산 확대 범위가 10% 내로 제한된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만드는 반도체는 상당 부분이 상무부가 범용 반도체 기준(로직 반도체 28㎚, 디램 18㎚, 낸드플래시 128단)으로 제시한 것보다 수준이 높아 5% 이상 생산 확대 금지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이를 넘는 생산 능력 확대와 관련해 10만달러(약 1억3천만원) 이상 ‘중대 거래’를 금지 기준으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범용 반도체는 85% 이상이 생산국에서 소비된다면 예외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 ‘실질적 확대’ 금지는 월별 웨이퍼 또는 반도체 패키지 생산량을 기준으로 삼겠다며 “생산 능력이 5% 이상 증가하지 않는 한 기술 업그레이드는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개발과 적용으로 웨이퍼당 칩 수가 늘어나는 것은 생산 능력 확대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 업체들은 이런 능력 확대까지 금지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다.

가드레일은 또 ‘칩과 과학법’이 금지하는 우려 대상국 쪽과의 공동 연구는 “2명 이상이 참여하는 연구·개발”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 법이 마찬가지로 금지하고 있는 기술 사용 허가에 대해서도 특허, 영업 기밀, 생산 노하우 등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했다.

보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압박 강화와 관련해 이번 가드레일 뿐 아니라 지난해 1년 적용 유예를 받은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의 향방까지 살펴야 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로직 반도체는 14㎚ 이하, 디램은 18㎚ 이하, 낸드플래시는 128단 이상에 해당하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면서 현지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제3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에는 이 조처의 적용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이 유예 조처의 연장 가능성에 대해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차관은 지난달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상한을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에 대한 영향은 이번 가드레일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가드레일 발표에 대해 “적대적 행위자들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항하는 데 쓰려고 첨단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상무부는 로직 반도체의 경우 이번 가드레일은 지난해 발표한 대중 수출 통제보다 기준이 더 엄격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드레일은 미국이 세계의 공급망 회복력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조율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공동의 안보 이익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 법으로 자국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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