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페루 남동부 도시 쿠스코에서 탄핵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사진을 붙인 가짜 관을 불태우고 있다. 쿠스코/AFP 연합뉴스
이달 초 대통령 탄핵 후 국론이 분열되며 혼란에 빠진 페루가 2년 일찍 선거를 치르는 데 잠정 합의했다. 멕시코가 탄핵된 전 대통령의 망명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페루와 멕시코의 관계는 악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2026년으로 예정된 대선과 총선을 2년 앞당겨 2024년 4월 치르도록 하는 계획을 잠정 승인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추진한 계획은 의회에서 찬성 91표, 반대 30표를 얻었다. 다만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내년 초로 예정된 입법회의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이달 7일 페루 의회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지난해 7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카스티요는 ‘빈농 교사’ 정체성을 바탕으로 농촌에서 지지를 얻으며 대통령이 됐지만, 본인과 가족들이 부패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동력을 잃었다. 앞서 이미 두 차례 탄핵안이 발의돼 위기를 넘겼으나, 세 번째 탄핵안에 맞서 의회 해산을 시도하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통령이던 볼루아르테가 곧바로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나 탄핵에 항의하는 이들이 시위에 나서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졌다. 카스티요에 대한 지지와 함께 정치권 전반을 향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탄핵 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탄핵이 된다면 2026년 전에 선거를 시행해야 한단 응답이 87%를 기록했을 정도다. 페루 정부는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시위가 계속되며 2주 동안 적어도 21명이 숨지고 650여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된 카스티요는 멕시코로 망명할 계획이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20일 “카스티요의 가족이 이미 페루의 멕시코 대사관에 있고 그의 안전과 관련한 조치를 협상하고 있다”며 멕시코 영토인 대사관에 있는 만큼 “망명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페루는 카스티요의 망명을 받아준 멕시코에 항의하는 뜻으로 주페루 멕시코대사에 사흘 내에 페루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멕시코를 포함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남미의 좌파 정권들은 카스티요가 탄핵을 당한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카스티요는 “비민주적인 공격”의 희생양이라며 지지를 표명해 왔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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