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13일(현지시각)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페루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이에 반발하는 시위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에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대선 불복 시위대가 경찰본부를 습격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페루 대법원은 13일(현지시각) 의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뒤 구금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석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의 부당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붙들려 있다”며 검찰의 반란 및 음모 혐의에 대한 예비적 구금 결정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정은 그가 의회의 탄핵 표결 직전 발표한 의회 해산 명령이 “단순한 연설이 아니라 헌법 체계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라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최장 3년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구금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로 “대통령 지위를 찬탈당했다”며 여전히 자신이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손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카스티요 지지자들의 반발에 기름을 붓는 구실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위는 주로 안다후알리라스주 등 안데스 산맥 주변의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격렬하게 일어나, 일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지금까지 모두 6명이 숨졌다. 이들 지역은 가난한 농민이자 교사 출신인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지난해 대선에서도 몰표가 나온 곳이다.
페루 국가 기관인 옴부즈맨 사무소는 애초 격렬한 시위로 모두 7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이날 1명은 착오로 밝혀져 실제 사망자는 6명으로 확인됐다고 정정 발표했다. 경찰은 그동안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13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페루 곳곳에서는 이날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모여들어 카스티요의 석방과 신임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사임, 의회 해산, 새 선거 실시 등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일부에선 그동안 시위 도중 숨진 이들을 기리며 관을 들고나와 시위에 합류했다.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은 총선을 2024년 4월로 2년여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도 시위 중 부상당한 시위대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경찰에 고무탄을 포함한 치명적 무기의 사용을 금지했다”며 시위대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보였다.
그러나 볼루아테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볼리비아 정부는 12일 공동성명을 내어 카스티요가 여전히 합법적인 페루 대통령이라며 그의 탄핵과 구금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페루의 총리 페드로 안룰로는 이들 정부가 “현실의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브라질에선 재선에 실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2일 밤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연방 경찰본부를 침입하려 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이날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거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난입하려 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에 맞서 경찰이 섬광 수류탄과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하자, 이들은 주변의 버스와 승용차 등을 불태우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날 경찰청 공격은 그동안 대선 불복 시위를 이끌어온 보우소나루의 핵심 지지자가 “폭력적인 반민주적인 행위를 조직했다”는 혐의로 법원의 명령에 의해 체포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지난 10월 대선에서 승리한 룰라 당선자의 취임이 내년 1월1일로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분명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불복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고속도로를 점거해 차량 운행을 막아 세우거나 군대 병영 앞에서 “룰라 당선자의 취임을 막기 위해 군부가 나서 달라”며 쿠데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선 패배를 공식 인정하지도 권력 이양을 막겠다고도 하지 않은 채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대선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대통령궁 주변에 모여든 지지 시위대를 겨냥해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할 사람은 당신들이며 군병력이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할 사람도 당신들”이라고 이들의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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