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압수수색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 전경. 팜비치/AP 연합뉴스
연방수사국(FBI)한테 거주지 압수수색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후원금 급증이라는 횡재를 만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행동위원회에 지난 8일 압수수색 직후 이틀 동안 각각 100만달러가 넘는 후원금이 답지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전 대통령 쪽 관계자들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이들은 하루 후원금 규모가 평균 20만달러에서 30만달러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는데 압수수색 이후 평균보다 많은 금액이 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닉된 비밀 자료를 찾기 위한 연방수사국의 압수수색은 후원금 측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시기적절한 사건이 됐다. 2024년 대권 도전을 추진하는 그의 올해 상반기 온라인 모금액은 3600만달러로, 지난해 1월 퇴임 후 반기 모금액이 처음으로 5천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상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압수수색 이후 지지자들에게 100통 이상의 이메일을 보내 후원금 제공을 적극 호소했다. 그는 압수수색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역풍이 불 것이며, 공화당원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후원금 기부를 호소하는 이메일에서 “그들이 내 집을 침입했다”거나 “그들이 당신을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있다는 데 동의하냐”고 묻기도 했다.
<더 힐>은 공화당원들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이들도 압수수색 파장으로 그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을 지낸 뉴트 깅그리치는 “공화당 쪽에서는 절대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들을 빼놓고는 사실상 모두가 연방수사국이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트럼프를 순교자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깅그리치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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