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시간 노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보리출판사 직원들이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도시 사옥에서 활짝 웃고 있다. 파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보리출판사의 획기적 시도
지난해 초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직원 30명 남짓한 보리출판사에서는 한 권의 책에 주목했다. 출판사라는 업종 특성상 괜찮은 책은 직원들이 서로 읽고 토론을 하는데, <8시간 vs 6시간(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이란 책은 실제 회사 노동 상황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책 내용을 본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1930년대 미국 켈로그사에서 도입했다가 85년에 폐지한 하루 6시간 노동제를 현실에서 적용해보자고 제안했다. 태스크포스가 꾸려졌고 올해 3월1일부터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보리출판사 직원들도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이 출판사에서 내는 월간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독자들은 오후 4시 이후에는 업무가 중단되는 출판사에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고, 거래처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있었다고 한다. 출판사 직원들은 마감이 임박했을 때처럼 부득이한 사유로 야근을 하면 야근 내역을 회사 사내게시판에 부서장 확인을 거쳐 올려야 한다. 직원들은 실험 초기 야근 내역을 많이 적으면 “내가 일을 잘 못해서 야근을 많이 하나”라는 걱정, 야근이 없으면 “일을 너무 안 하나”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생활의 피로는 확실히 감소했다. 40대 후반 여직원은 “오후 5시쯤 집에 들어가 처음으로 밝은 시간에 아이 숙제를 봐줬다”고 했다. 신혼인 남자 직원은 “청소, 빨래 널기, 쓰레기 분리 배출 같은 그동안 거의 하지 않았던 집안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파주에 사는 한 남자 직원은 “퇴근하면 4시10분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기도 한다”며 “그 시간이 정말 좋다”고 했다. 조혜원 기획2부장은 “퇴근 뒤 시내 서점에 가거나 해가 남아 있을 때 전시회에 갈 수 있게 됐다. 일찍 퇴근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진다”며 “일부 직원들은 공부방 일을 하는 등 사회참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 후 학원에 다니는 것도 좋지만 회사가 더욱 바라는 것은 사회참여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놀까 사회활동 할까
매일 오후 4시 ‘즐거운 상상’
경영진 의지가 중요해
옥션 등 휴가로 재충전 기회 6시간 노동제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 보리출판사에서는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대신 임금을 깎지는 않기로 했다. 부득이하게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한달 18시간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연장근로를 하면 시간외 근무 수당을 받는 대신 대체휴가를 사용한다. 보리출판사는 이전부터 노동조건 개선에 신경을 많이 써왔다. 5인 이상 사업장 주5일 근무제가 법제화되기 훨씬 전인 2001년부터 주5일제를 시행했다. 5년 이상 근속하면 유급 6개월 휴가, 10년 이상 근속은 1년 유급휴가도 준다. 보리출판사처럼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쉴 때는 확실하게 쉬자는 취지로 휴가를 강화하는 회사는 여러 곳이다. 인터넷 쇼핑몰 회사인 옥션은 5년 근속 때마다 1개월 안식월 휴가가 생긴다. 2001년 이베이가 옥션을 인수하면서 마련된 조처로 이베이의 문화가 국내에도 적용된 사례다. 같은 제도는 역시 이베이가 인수한 지마켓에도 있다. 옥션의 박지영 과장은 “최고위층의 의지가 작용한 제도”라며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안식휴가 사용은 상급자 인사평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기껏해야 한번에 일주일 단위 정도로만 사용할 수 있던 여름휴가를 2주 이상 가도록 개선한 사례는 상당히 많다.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2007년부터 여름휴가를 2주 이상 갈 수 있는 ‘아이디어 휴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여름 정기휴가는 따로 없고 연차휴가가 있는데 이를 한번에 길게 붙여서 가는 형태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휴가를 길게 가서 아이디어를 재충전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2010년부터 의무적으로 2주 이상 연속된 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사용하는 ‘집중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행을 독려하기 위해 연초에 직원들에게 휴가 계획을 받아서 업무 인수인계에 문제가 없도록 미리 계획을 짠다. 팀장급은 다른 팀의 팀장이 대직을 하고 팀원급 대체업무는 팀 안에서 조율한다. 에쓰오일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해에 영국 런던과 스코틀랜드 여행을 다녀왔다. 집중휴가제 때문에 그전에는 거리가 멀어서 잘 가지 못했던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신한은행 등이 2주 이상 의무휴가제를 시행하는 등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국내 직장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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