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성(사진 오른쪽) 국민은행 인사부장과 김준희(왼쪽)씨
[인사팀장과 절친되기] ⑦ 국민은행
“주변 정보들을 챙기기보다는 본질에 접근하라.”
송인성(사진 오른쪽) 국민은행 인사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찾은 예비 구직자 김준희(28ㆍ 경희대 경제통상학과 4년·왼쪽)씨에게 던진 첫마디다. 온라인 취업카페 등에 나도는 무수한 정보들을 수집할 시간에, 취업하려는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에 시간을 쏟으라는 조언이다. 이에 김씨는 “요즘 대학가에선 모두들 이른바 ‘스펙’ 관리에만 신경을 쓴다. 사실 마땅히 뭘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민은행 입행 전략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스펙 아닌 경험 쌓아야”…공모전 수상 경력도 유리
차별화된 자기소개서 중요…면접, 상황대처능력 검증
-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아직 발표된 건 없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예년 수준만큼은 뽑아야 할 것 같다. 지난해 300명을 채용했다. 곧 구체적 시기와 규모가 결정될 예정이다.”
- 상경계열이 유리한가? 인문계열에서도 입행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전공에 제한을 두진 않는다. 경영ㆍ경제를 전공한 학생들이 처음 입행해서는 업무를 빠르게 익히긴 할 거다. 그러나 고객의 다양한 니즈(needs)를 반영하려면 다양한 학과 출신들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헤지펀드 CEO 중에서 철학도 출신이 많다고 하더라. 사회가 그만큼 다변화됐다는 이야기다. 미술학도 등이 채용되기도 한다.”
- 국민은행은 어떤 인재를 원하나? “은행원의 인재상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어진 틀 속에서 일을 펼치기보다는 잘 수습하는 사람들이 주목받았다. 한마디로 좀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파생상품이 많아지고 업무가 다양화되면서 창의적 사고가 강조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 채용전형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필기시험을 볼 때, 논술시험을 치른다. 문제해결 능력을 보기 위해서다. 경제 동향을 주제로 낼 수도 있고, 인적성을 평가하는 쪽으로 낼 수도 있다. 매년 조금씩 유형이 달라질 수 있지만, 최근 몇년간은 금융산업과 아예 동떨어진 주제를 내진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위기와 금융산업의 발전 전망’에 대해 쓰도록 했다.” - 은행 인턴십이 허드렛일만 시킨다는 비판이 많았다. 국민은행은 어떤가? “영업점에 배치됐던 단기 인턴들의 경우 그런 애로점이 있었다. 현금을 수반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다보니, 맡길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본부에서 6개월간 일하는 장기 인턴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최근 어떤 인턴은 젊은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얼마전 중간 평가를 해봤는데, 장기 인턴 200명 중 95%가 현재 속한 부서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인턴에 대해선 하반기 채용 때 가점을 줄 예정이다.” - 자격증을 많이 따는 것이 유리한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자격증 한 두개 정도는 취업 준비를 성실히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자격증을 너무 많이 딴 사람들은 대학시절 내내 자격증 시험에만 매달렸단 인상을 준다.” - 서류전형에서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스펙이 당락을 가른다는 우려들이 많다. “스펙보다는 열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라. 지난해 300명을 뽑는데 2만5천명이 지원했다. 서류전형에서 2020명이 통과됐다. 토익점수는 700점을 넘겨야 하고, 학점은 내부적 기준은 있지만 공개하긴 곤란하다. 토익점수와 학점 외에 금융 관련 공모전 등의 수상경력도 중요시 여긴다. 아울러 남들과 차별화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봉사활동 경험을 쓸 때, 여러 곳을 다닌 경험을 나열식으로 채우는 것보다는 한 곳이더라도 그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써야 점수를 더 받는다. 취업사이트에 소개된 모범답안은 절대 베끼지 말아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 인·적성 검사는 어떻게 치러지나?
“인성검사와 직무능력시험으로 나뉜다. 인성검사는 조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적 태도 등을 관찰하는 시험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이야기한다’ ‘매사에 자신감이 있으며 무엇을 하든 적극적이다’ 등의 항목을 제시한 뒤, 지원자의 판단을 묻는다. 직무능력시험에선 수리와 확률 등 수학 문제들이 나온다. 수학뿐 아니라 기초적 지식을 묻기도 한다. ‘33살은 이입이라고 부르는데, 51살은 무엇이냐?’는 식의 질문들이 나왔었다.”
- 면접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한가지 중요한 정보를 드리겠다. 국민은행을 지원하려면, 늘 경제지를 읽으면서 최근 금융 관련 기사 및 경제용어들을 꼭 공부하고 와야 한다. 논술시험과 프리젠테이션 면접에 두루 유용할 거다. 인근의 국민은행 영업점을 한번 방문해보시라. 실제로 행원들이 상품판매를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고 상품에 대한 가입 권유도 받아보는 등의 경험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면접전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1차 기본역량면접과 2차 특성별 심층면접, 최종 단계로 임원면접으로 이루어진다. 1차 면접에선 표현력과 태도, 직무수행 능력 등을 관찰한다. 2차 면접은 프리젠테이션과 토론면접, 대면면접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 프리젠테이션 면접의 예를 하나 들어주겠다. 김준희씨가 거주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 지점과 다른 은행의 영업점의 위치를 비교분석해봐라. 시간은 5분을 주겠다. 이런 문제가 나오면 포기하는 지원자들도 있는데,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봐라. 상황대처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토론면접은 5명 가량의 지원자들이 15~20분 가량의 시간 안에 시사 이슈에 대해 토론을 벌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대면면접에선 앞의 두 면접에서 보여진 지원자의 역량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검증한다.”
- 지난해 1차 면접에선 세일즈 시험을 봤다고 들었다.
“면접시험 5분 전에 영업점의 상품 안내서를 무작위로 지원자들에게 나눠줬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상품을 연구한 뒤, 면접관들에게 판매를 하는 식이다. 다들 상품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얼마나 끈질기고 설득력있게 상품 설명을 하는 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경제지에 나온 몇몇 단어들을 조합해서 겉만 번지르하게 이야기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타행 상품이 더 금리가 높지 않냐는 식으로 면접관들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해 한 지원자는 양쪽 은행의 금리를 따져 비교해준 뒤,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세금혜택까지 고려해서 성심성의껏 설명을 하더라.”
- 경력직은 한해에 얼마나 뽑나?
“연간 20~30명 수준이다. 채용시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이들은 이미 업계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어서 신입행원들처럼 까다로운 평가전형을 보진 않는다.”
- 최종면접에서 떨어져서 무척 억울해하는 이들을 봤다. 이 단계에선 어떤 잣대로 인재를 고르나?
“최종단계는 임원면접이다. 큰 결격사유가 있어서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다. 한정된 인원을 뽑아야 하는 은행으로서도 어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임원분들이 면접을 보는 만큼 인성을 중요하게 보지 않을까 싶다. 과시하려 하기보다는 진실한 내면을 보여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취업재수생이나 삼수생들도 많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불리한가?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수한 자질을 갖췄다면 연령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너무 늦은 나이에 입행을 하는 분들은 조급해하는 것 같더라. 남들보다 더 빨리 올라가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서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구직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만일 내가 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웃음) 한달 정도 집을 나와서 돌아다니며 몸으로 부딪치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길게 보면 이런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이길 거라고 본다. 요즘 구직자들은 업무 처리는 빠른 편이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정해진 틀 안에서만 공부해서 그런 것 같다. 개척능력을 갖추면 좋겠다. 스펙관리보다는 경험을 쌓으라는 뜻이다.”
정리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국민은행은 어떤 인재를 원하나? “은행원의 인재상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어진 틀 속에서 일을 펼치기보다는 잘 수습하는 사람들이 주목받았다. 한마디로 좀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파생상품이 많아지고 업무가 다양화되면서 창의적 사고가 강조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 채용전형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필기시험을 볼 때, 논술시험을 치른다. 문제해결 능력을 보기 위해서다. 경제 동향을 주제로 낼 수도 있고, 인적성을 평가하는 쪽으로 낼 수도 있다. 매년 조금씩 유형이 달라질 수 있지만, 최근 몇년간은 금융산업과 아예 동떨어진 주제를 내진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위기와 금융산업의 발전 전망’에 대해 쓰도록 했다.” - 은행 인턴십이 허드렛일만 시킨다는 비판이 많았다. 국민은행은 어떤가? “영업점에 배치됐던 단기 인턴들의 경우 그런 애로점이 있었다. 현금을 수반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다보니, 맡길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본부에서 6개월간 일하는 장기 인턴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최근 어떤 인턴은 젊은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얼마전 중간 평가를 해봤는데, 장기 인턴 200명 중 95%가 현재 속한 부서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인턴에 대해선 하반기 채용 때 가점을 줄 예정이다.” - 자격증을 많이 따는 것이 유리한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자격증 한 두개 정도는 취업 준비를 성실히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자격증을 너무 많이 딴 사람들은 대학시절 내내 자격증 시험에만 매달렸단 인상을 준다.” - 서류전형에서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스펙이 당락을 가른다는 우려들이 많다. “스펙보다는 열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라. 지난해 300명을 뽑는데 2만5천명이 지원했다. 서류전형에서 2020명이 통과됐다. 토익점수는 700점을 넘겨야 하고, 학점은 내부적 기준은 있지만 공개하긴 곤란하다. 토익점수와 학점 외에 금융 관련 공모전 등의 수상경력도 중요시 여긴다. 아울러 남들과 차별화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봉사활동 경험을 쓸 때, 여러 곳을 다닌 경험을 나열식으로 채우는 것보다는 한 곳이더라도 그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써야 점수를 더 받는다. 취업사이트에 소개된 모범답안은 절대 베끼지 말아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국민은행 채용 세부전형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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