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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빚내서 투자 ‘주식 광풍’

등록 2007-06-18 19:38수정 2007-06-18 22:14

증권사 신용 융자 잔액 추이
증권사 신용 융자 잔액 추이
코스피 1806.88…11거래일만에 100↑
신용융자 두달새 5조 늘고 마이너스·신용대출도 급증

최아무개(42·은행원)씨는 은행에서 3천만원 정도 신용대출을 받아 코스닥 종목에 투자할까 생각 중이다. 이미 블루칩 5천만원어치를 장기투자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씨는 2000년 ‘아이티(IT) 거품’ 때 1억원까지 수익을 올렸다가 원금은 고사하고 은행에서 대출받은 2천만원까지 까먹은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 뒤 주식은 장기투자만 해 왔는데 요즘 마음이 다시 흔들린다. 한 달 만에 50%, 100%를 벌었다는 친구들이 많다. “한 친구가 얼마 전에 몇 종목을 추천해 줬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종목들이 100%까지 올랐더군요.”

회사원 김아무개(39)씨는 지난달 증권사에서 신용융자 5천만원을 받아 증권주를 샀다. 4월까지는 미수거래를 많이 했는데 5월부터 미수거래가 까다로워지자 신용거래로 바꿨다. 한 달 사이 30%가 올랐으니 10% 이자를 내고도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융자 한도가 아직 5천만원 남아 있어 여차하면 추가로 더 들어갈 생각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아무개(45)씨는 요즘 주식투자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박씨는 “주가가 너무 올라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펀드 투자라도 해야겠다”며 “여윳돈이 없으니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8일 전날보다 34.62포인트(1.95%) 오른 1806.88에 마감했다.

1700을 돌파한 지 불과 11일(거래일 기준) 만에 18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주가가 치솟으면서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증권사의 신용거래 잔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은행의 마이너스 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빚과 이자를 갚고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4977억원에서 6월15일 현재 6조2046억원으로 12배 넘게 늘어났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4월부터 급증해 4월 1조4479억원, 5월 2조1461억원, 6월(15일 동안) 1조3369억원 늘었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5월부터 신용거래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5월부터 미수거래 규제가 강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쪽으로 투자자들을 유도하는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도 ‘빚내서 주식투자’ 열풍에 한몫을 한다. 일단 통장을 개설해 놓으면 몇백만원 정도는 부담 없이 인출해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3월까지 거의 늘지 않던 은행들의 마이너스 대출(한도 대출) 잔액도 4월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4월에 1842억원, 5월에 2043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달에 500억~1000억원 정도 느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4월에 1473억원, 5월에 1281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 신용대출은 1~3월에 1조1천억원 늘었으나 4월~5월엔 2조8천억원 급증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교보타워지점 부지점장은 “5월 이후 예·적금을 깨거나 마이너스 대출을 받는 경우가 하루 한두 건쯤 있다”며 “대부분 30~40대 회사원들로 주가가 2000까지 갈 거라고 믿고 1천만~2천만원 정도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부지점장은 “지방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식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고객들도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100만원 정도씩 빼서 펀드에 추가로 넣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윳돈으로 중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할 금기 사항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다른 자산과 달리 변동성이 심하다”며 “부채로 투자하는 경우 주가가 떨어지면 대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적고 집값이 하락해도 최소한 살 집은 남지만, 주가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며 “현재 낙관적인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 비정상적인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윤경 희망재무설계 교육본부장도 “여유 자금으로 투자를 하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져도 기다릴 수 있지만, 이자 물면서 남의 돈으로 투자하면 인내심을 가지기 어렵다”며 “이미 심리전에서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선희 정혁준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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