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의 진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나쁜 정책’이라면서 뉴스테이 제도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제도를 잘 가다듬어 민간임대주택 시장 육성의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시각도 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뉴스테이는 ‘계륵’ 신세로 전락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뉴스테이는 박근혜 정부가 반환점을 돌 무렵인 지난 2015년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표방하며 처음 도입됐다.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바뀌고 소유보다 거주를 중시하는 인식도 확산되면서 중산층을 위한 품질 좋은 임대주택 보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부가 관련법을 발 빠르게 정비한 뒤 그해 10월 인천 도화지구에서 ‘e편한세상 도화’가 뉴스테이 1호로 공급됐고 이후 현재까지 모두 12곳에서 뉴스테이가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 입주한 단지는 한 군데도 없어, 짓고 보니 어떠하다든가, 살아보니 어떻다 등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뉴스테이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 측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첫째는 임대료 수준이 서민이 들어가 살기에는 비싸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서민용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쓰여야 할 공공택지와 도시주택기금 등이 뉴스테이라는 민간업체 돈벌이 사업에 흘러들어 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뉴스테이 출범 3년 차 맞아 존폐 위기
공공재원 투입만큼 공공성 강화 필요
서민·중산층 위한 임대주택으로 거듭나야
사실 그동안 선보였던 뉴스테이 임대료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에 올해 입주예정인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경우 보증금이 4억원선에 월 임대료가 40만원선으로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았다. 경기 화성 동탄2새도시에 내년 입주예정인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59㎡ 임대료가 보증금 5천만원에 월 60만원대 수준으로, 주변 시세보다는 다소 저렴하다. 뉴스테이는 초기 임대료 규제가 없어 공급자가 자율적으로 주변 시세 수준에서 초기 임대료를 결정한다. 대신 임대료 인상률은 연 5% 이내로 제한을 받고, 입주자는 최장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수요자들은 초기 임대료가 싼 것은 아닌데도 8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뉴스테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적으로 보장된 사항은 아니지만 임대 기간이 끝난 8년 뒤에는 경우에 따라 입주자가 우선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무시 못 할 요소다.
그동안 뉴스테이 입주자 모집은 성공적이었다. 화성시 등에서 일부 미계약분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뉴스테이는 입주자를 채우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만약 초기 임대료 수준이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면 수요자들이 선택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입주자를 모집한 뉴스테이 12개 단지의 월 임대료는 평균 47만원(12만~75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뉴스테이 임대료 논란이 불거진 것은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라는 뉴스테이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애초 국토부는 뉴스테이 정책을 발표할 때 소득 3~9분위 가구가 입주 대상이라고 공표했다. 지방에서는 소득 3~4분위 가구까지 뉴스테이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봤고 수도권은 소득 5분위 이상 중산층을 주된 수요자로 추정했다. 그런데 서울 시내에 들어설 뉴스테이는 고가 임대료가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실제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중구 신당동 뉴스테이 전용면적 59㎡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 100만원 정도의 월세가 예상돼, 서민들이 감당할 수준에선 벗어나 있다.
그러나 뉴스테이를 중산층 위주의 임대주택이라고 본다면 판단 기준도 달라진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153만원(KB국민은행 자료)인데, 이 정도 전셋집에 거주하는 가구라면 뉴스테이에도 충분히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예정자의 순 자산을 보증금으로 활용하고 보증금과 월 임대료 규모를 선택할 수 있는 임대조건 선택제를 감안하면 중산층이 거주 가능한 수준이라는 국토부의 설명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뉴스테이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새로운 논란거리가 생긴다. 중산층은 현실적으로 본인 희망에 따라 전·월세 주택에 거주하든지 집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데, 정부가 나서서 도시주택기금, 공공택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등 공적지원을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에 제공할 필요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런 논란은 뉴스테이가 탄생할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정부는 뉴스테이 정책 발표 당시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도시주택기금을 일종의 ‘마중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택지를 뉴스테이 사업자에게 제공(매각)하거나 민간택지에 뉴스테이 건립이 쉽도록 규제를 확 풀어주는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를 지정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전·월세 시장이 늘 불안하고 소득수준에 견줘 임대료가 비싼 우리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이 보급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재까지 겨우 12곳에서 입주자를 모집한 데 그쳤지만 뉴스테이가 주택 수요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준 것도 분명하다. 다만, 뉴스테이 공급 확대를 위해선 한가지 전제가 뒤따라야 한다. 공공택지나 도시주택기금 등 한정된 공적 재원은 먼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을 늘리는 데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뉴스테이 지원이 공공임대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선을 긋지만 솔직한 태도는 아니다.
때마침 국토부가 뉴스테이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포괄적 연구용역을 곧 발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뉴스테이 성과를 평가하고 구조 개선 방안, 중장기 발전 방향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국토부는 차기 정권 출범과 함께 새롭게 설계된 ‘뉴스테이 2.0’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번 기회에 올해까지 뉴스테이 15만 가구 분의 사업용지를 확보하기로 한 종전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공급물량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건설사 등 민간기업 외에 사회적기업 등이 뉴스테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남양주 별내지구와 고양시 지축지구 두 곳에서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사업자를 모집했는데, 이는 뉴스테이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시도다. 그렇게 해서 중산층을 비롯해 자산과 소득이 적은 서민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문턱을 한층 낮춰주는 것이야말로 뉴스테이의 애초 취지를 되살리는 길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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