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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강남파-강북파’ 집값따라 한 직장 ‘두 계층’

등록 2006-11-22 08:43수정 2006-11-24 17:02

[부동산 광풍이 남긴 것]
“강남집 3년새 상승차익, 변호사 10년 수익보다 커”
상도동 빌라-목동아파트 7년전 ‘순간의 선택’이
6억대 넘을 수 없는 격차로
김용민(가명·38)씨는 연봉 3천만원대의 10년차 회사원이다. 1999년에 1억3500만원을 주고 서울 상도동에 빌라를 샀는데 지금도 1억3500만원이다. 같은 직장 13년차 선배는 똑같이 99년에 1억5천만원을 주고 목동에 27평짜리 아파트를 샀다. 그 아파트는 지금 7억4천만원이다. 1500만원 차이가 6억원 차이로 벌어졌다. 이제 김씨가 평생 저축을 열심히 해도 그 차이를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부동산값 폭등은 그러잖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 자산 격차를 더욱 벌려 놨다. 심지어 비슷한 교육을 받고 입사해 같은 연봉을 받는 같은 직장 내 회사원들이라도 ‘집’에 따라 계층이 달라지고 있다.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과 상관없는 ‘순간의 선택’-집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 어디에 살 것이냐-에 따라 엄청난 부의 차이가 생겼다는 허탈감은 직장인들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받는 시장 시스템의 바탕을 흔들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남파, 강북파 줄긋고 회의하자”=2년 동안 국외근무를 하고 최근 귀국한 보험회사 과장 김원진(가명)씨는 집값 시세를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같이 국외근무를 하고 돌아온 동료의 목동아파트는 12억원으로 뛰어 있었고, 자신의 상계동 아파트는 3억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김씨는 “돌아오자마자 너도나도 집값이 올랐다고 자랑들을 하더라”며 “미래를 예측하면서 인생을 계획하는 게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에 다니는 오아무개(40)씨는 “회의하면서 사람들끼리 ‘야 줄 그어라. 강남 사는 사람은 저쪽으로 가고 비강남은 이쪽으로 오고’ 하면서 농담하곤 한다”고 사무실 풍경을 전했다. 13년차 항공사 직원인 이아무개(39)씨는 “술자리에서 ‘집값에 따라 이젠 한 직장에서도 신분이 다르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한다”며 “예전에는 좋은 교육, 직장이면 됐는데, 이젠 집을 어디에 몇 채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성환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연구원은 “자산가격이 뛰면 중산층의 기준도 따라서 올라간다”며 “전체적으로 집값이 다같이 뛰었다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작은 사람은 계층적으로 이전보다 더 하락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해서는 따라잡을 수 없다”=혼란에 빠진 직장인들이 일보다는 부동산에 매달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김아무개(47) 변호사는 “내가 10년 동안 변호사 해서 번 돈보다 강남에 있는 내 아파트가 최근 3년 새 올라 생긴 차익(10억여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집을 산 직장 4년차 장아무개(30)씨는 “돈 벌 게 부동산밖에 없지만 그조차도 운에 달렸다”며 “벌써 더 큰 아파트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장씨와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10명 가운데 4명이 지난 추석 전후로 집을 샀고 이 중 2명이 한달새 1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장씨는 현재 부동산 인터넷사이트 세 곳에 가입했다.

“결혼시장, 5억짜리 강남아파트 > 5억 현금=이런 현상은 결혼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문직이면 충분했는데, 이젠 의사 수입으로도 좋은 집을 사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직 남자 쪽에서 여자 쪽에 집을 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의 5억원짜리 아파트와 현금 5억원만 비교했을 때 강남 아파트가 조건 면에서 10점 가량(배우자 조건 계량치)을 앞선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 가능성과 생활·문화·교육의 가치가 함께 더해지기 때문”이란다. 원래는 전문대졸·대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지만 고졸이라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 가입을 허용하는 결혼정보회사도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집계 결과, 결혼이 성사된 남성 중 자기 집을 가진 비율은 2004년 7.3%, 2005년 16.4%, 2006년(9월부터 11월) 25.1%로 늘고 있다.


자산격차, 양극화 심화로 이어져=김성환 연구원은 “근로소득 격차에 비해 자산 격차는 누적적, 장기적, 항구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양극화 고착, 근로의욕 상실, 상대적 박탈감 등 후유증 측면에서 자산 격차는 더욱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소득으로 자산 격차를 넘을 수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될 때 성실과 능력으로 보상받는다는 시장 시스템의 기본질서가 무너지고, 사회발전 동력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부동산 거품을 겪으면서 하층부터 교육에 대한 기대를 버렸고 사회통합이라는 교육의 근본기능이 흔들리는 결과까지 이어졌다”며 “당시 택지 공용화를 주장하는 우파 학자가 나올 정도로 특단의 대책들이 제시됐다”고 소개했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부동산 탓에 앉은자리에서 계층상 하층으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며 “사회갈등을 완충하는 중간층이 옅어지면서 ‘사회불안→정치불안→경제불안’이 반복되는 악순환 위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최근 정부의 집값 정책을 비판하는 ‘부동산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10만명 규모의 온라인·오프라인 시위를 포함한 대대적인 저항운동에 들어갔다. 임인택 안선희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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