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 자료사진
“3.30대책 효과없을 것”이라던 보수언론들, 왜 그랬을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서히 약발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인 재건축 아파트 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버블(거품)세븐’ 지역 아파트값 하락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이번 국회에서 ‘3.30 부동산 대책'만 제대로 통과시켜주면 부동산 투기는 확실하게 잡힐 것”이라던 노무현 대통령의 전망이 8.31대책 1년을 앞두고 각종 후속대책이 시행되면서 맞아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10.29(2003), 8.31(2005), 3.30(2006) 대책을 통해 고강도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폈다.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 8월21일 현재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에 비해 0.01% 하락해 2주 연속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강남(-0.15%), 성동(-0.14%), 양천(-0.06%), 서초(-0.03%), 송파(-0.02%)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향세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46평형대 시세는 지난 5월까지 15억원이었지만 최근 13억원까지 호가가 낮아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청담동 한양아파트 18평도 5월보다 7000만원 하락한 4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 32평형은 최근 1억원 정도 가격이 내려 7억8천만원대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35평형은 4000만원 내려 10억7500만원, 분당 정자동 아데나팰리스 67평형은 8000만원 하락한 16억9500만원, 용인시 죽전동 죽전롯데낙천대 48평형은 6000만원 내려 6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집값 하락을 이끄는 곳은 재건축 추진 아파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단지는 0.06% 하락하며 11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35평형은 최근 한달 만에 5천만원 하락했고, 개포동 주공1단지 15평형이 시세보다 4천만원 낮은 7억6천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아직 정부 부동산대책의 위력이 다 작동하기 전이지만, 서서히 시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과 규제를 강화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폭등하는 집값을 진정시키리라는 것에 대해 상당수 언론은 문제를 제기했다. 보수언론들은 ‘세금 폭탄’론을 펼치며, 3.30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실패 예단론’을 폈다. 재건축 개발부담금에 대해서는 ‘위헌론’의 잣대를 들이댔고, 강남권 공급 규제는 풍선효과로 강남 외 지역과 일반 아파트의 가격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건축 규제와 보유세 강화로는 뛰어오르는 집값을 절대 잡을 수 없고, 수요자의 고급주택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공급확대"정책만이 부동산 대책일 수 있다던 논리를 펴던 보수언론의 힘빠진 주장을 살펴본다.
조선, “3.30 대책으로 서민들이 강남 살 꿈도 못 꿔보게 됐다”
<조선>은 지난 3월28일 ‘미리 보는 3.30 부동산 대책’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이 신설돼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면 지금도 규제가 중첩돼 있는 서울 강남 재건축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재건축이 위축될 전망”이라며 “전문가들은 재건축 시장이 잠시 위축될 수 있지만, 재건축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번 대책의 ‘약발’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단했다.
3.30 대책이 발표된 뒤에는 [‘허점투성이’ 3·30 부동산 대책안] 특집기사와 사설 ‘‘10·29’ ‘8·31’ ‘3·30’ 다음 부동산 정책은 뭔가’를 통해서도 “재건축 이익의 50% 환수는 말이 부담금이지 사실은 벌금”이라고 규정했고, “약효 6개월짜리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훈장받는 공무원 숫자는 계속 늘어가겠지만 서민의 강남 진입 꿈은 더 멀어만 갈 것”이라고 했다.
7일자에도 ‘기세 꺾인 강남 재건축 거래 끊기고 간간이 급매물…조합들 “부담금 반대” 서명운동’ 등의 비판기사를 이어갔다. 이날 사설에서는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최고 50%까지를 국가가 거둬들이고, 주택 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한 이번 정책으로 서민들이 강남 살 꿈도 못 꿔보게 됐다”며 “재건축이 위축되면 강남지역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어 기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값이 더 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4월29일자에서도 “정부가 재건축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재건축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의 하락폭이 작거나 금새 상승세로 반전했다”며 “3.30 재건축 규제책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 “3.30 대책만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적 활성화 기대할 수 없다”
<동아일보>는 지난 2월2일자 1면 ‘재건축 이익 환수 추진…용적률 상향분 전액 부담금 부과 검토’와 3면 ‘8.31 약발 안듣자 극약처방 쓰나’에서 “재산 증식을 위해 재건축을 추진해 온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위헌 논란을 제기하며 8·31 후속대책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음날 사설 ‘부동산대책 코드 악수 되풀이할 건가’에서도 재건축 이익 환수제도를 “시장생리를 어떻게 해서라도 역류해 보려는 사회주의 색깔까지 띠는 국가 주도 방식”이라고 색깔론을 폈다. 또 ‘강남 집값 잡기 대통령이 나섰다’(2월3일), ‘재건축시장 꽁꽁꽁… 강남지역 가격 폭락… 거래 끊겨’(2월4일), ‘극약 처방으론 아파트 값 못 잡는다’(2월6일 사설), ‘부동산대책 땜질처방 안속아 상승→하락→상승 악순환’(2월24일), ‘“일부지역의 집값 상승, 투기 아닌 실수요 때문”’(3월18일), ‘한 달에 한 번꼴 부동산대책 내일 또 나온다’(3월29일 사설) 등의 비판 기사를 이어갔다.
3월31일 사설에서는 “강남의 집값 상승은 1차적으로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수요가 많은 중대형 아파트의 재건축이 활발해지도록 해야 하는데 거꾸로 재건축을 위축시키는 대책을 내놓았다”며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개발부담금으로 미리 내게 하는 것은 과거 토지초과이득세처럼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위헌이 아니더라도 개발부담금은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중대형 아파트값을 더 뛰게 할 우려가 있다”며 “재건축 수요를 억제한다고 해서 집값을 안정시킬지 의문이며, 수요가 옮겨간 다른 아파트의 가격이 뛰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병주고 약 주기’의 악순환이라고 꼬집었다. 4월1일자에서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부담금 제도가 발표 직후부터 위헌여부와 개발이익 산정방식, 조합원 분담을 놓고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중앙, “부동산값 상승은 재건축 규제에 따른 공급 부족이 원인”
<중앙>은 지난 3월31일 사설 ‘약발 없는 강경책 대신 시장 물꼬를 터라’에서 “강남에 집을 사겠다는 수요층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강남과는 여건이 다른 양주·김포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정부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4월5일자에서는 “서울 강남 등지의 집값이 3.30 대책으로 주춤하는 사이 ‘두더지 게임’ 식으로 서울·수도권 인천 송도신도시, 경기도 하남시 등 개발지역에서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풍선효과’를 지적했다. 같은달 11일자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리먼 브러더스 등이 내놓은 보고서를 토대로 “강남의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인 재건축이 위축된데다 양도세로 매물 부족이 더해져 강남 집값이 급등했다”, “강남 부동산값 상승세는 개발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 강화로 수급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부동산값 상승은 상당 부분 재건축 규제에 따른 공급 부족에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부동산값 하락 등 정부 대책 효과 나타나고 있다”
일련의 보도 영향으로 대다수 국민들도 부동산 정책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조인스닷컴>이 (주)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73.4%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신뢰한다'는 16.4%에 그쳤다. 집값동향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자의 47.1%가 일년 뒤 집값이 ‘현재보다 오를 것’이라고 응답하는 등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 사이에서 많은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은 27.5%였으며, ‘현재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13.5%에 불과했다. 또 지난 6월 유태현 서울시립대 지방세연구소 연구2부장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2%가 부동산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하반기 부동산값 동향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과 부동산업계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부동산값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 값은 10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유세가 강화되면서 매물이 늘고 있지만, 9월부터 거래세가 완화되는데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 침체가 계속될 전망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통상학부 교수는 “대출 및 재건축 규제 등의 정부대책의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돌발요인이 없으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서대 경제학과 김흥수 교수는 부동산114에 올린 칼럼에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하반기 집값이 약 0.7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유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원도 “매매는 0.5%, 전세는 1% 내외에서 안정될 것”이라며 “고유가와 대출환경 악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안정대책 시행으로 인한 수요감소가 안정세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언론들, 무책임하게 진실을 호도…국민 혼란에 빠뜨려”
이는 3.30 대책 즈음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풍선효과’, ‘위헌론’를 내세우며 “약발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을 배반하는 결과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지난 4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조·중·동은 작년 봄 이후 부동산 부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허위·왜곡 보도를 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고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전강수 교수도 “보수신문들은 ‘강남때리기론’ ‘세금폭탄론’ ‘서민·강북·지방피해론’ ‘재산권침해론=위헌론’ ‘풍선효과론’ 등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부동산 부자들과 독점적 건설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공급확대론’을 반복해 왔다”며 “이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고영근 토지정의 시민연대 정책부장은 “일부 언론과 연구기관에서는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8.31대책의 후속조치가 속속 발표되되면서 금리 인상, 주택담보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이 부동산값 하향안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서민들이 무차별 세금폭탄에 노출되고, 강남 진입할 수 없다 등 진실을 왜곡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세금폭탄론은 정부 부동산 정책 흠집내기용"
전강수 교수는 “세금폭탄론이나 공급확대론, 서민피해론 등의 논리가 객관적인 근거가 아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흠집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엉터리 논리가 드러났다고 해서 이들 언론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동민 교수는 “보수언론의 부동산 정책 기사는 강남 중심의 부자계층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정부정책을 의도적으로 좌절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 속에서 왜곡됐고, 최근에도 지방 아파트 미분양 속출을 8.31 대책의 부작용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이들 언론이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을 불신하고 혼란한 상태에 빠지게 했음에도, 사실상 반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후퇴안한 부동산대책, 지방선거는 참패했지만…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보유세 강화와 재건축 개발부담금 환수 위주의 3.30 부동산대책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세금폭탄’으로 규정된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실효가 없을 것이니, 세금으로 풀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보수언론의 주장과 이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무력화를 노린 기득권층의 논리라는 정책 입안쪽의 주장이 대결한 상황이었다. 치열했던 기 싸움은 지나갔다. 5.31 지방선거는 일련의 정부 정책에 대한 ‘엄정한 심판’으로 해석되었다. 치열한 내부 비판을 거치면서도 보유세 강화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는 세금폭탄’이라는 보수언론의 기싸움에서 밀렸다면, 지금쯤 이른바 ‘선호지역’의 부동산 값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3월31일자 <조선일보> 3면
3월31일자 <동아일보> 사설
3월31일자 <중앙일보> 사설
아파트 매맷값·전세금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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