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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공분양 3차 사전청약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서울 마곡10-2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이 미혼 청년과 신혼부부 등 청년층으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모아 화제다. 이 주택에 대한 청년층의 높은 관심은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는 토지임대부주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와 에스에이치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6~19일 진행된 서울 마곡10-2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전용면적 59㎡) 사전예약 물량 260호에 총 1만8032명이 접수해 평균 6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 208호에는 1만1109명(53대 1)이, 일반공급 52호에는 6923명(133대 1)이 몰렸다. 특별공급 가운데서도 근로소득이 있는 미혼 청년에게 배정된 청년 특별공급 39호 모집에 7284명이 몰려 187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 104호 모집에는 2436명(23대 1)이, 생애최초특별공급 65호 모집에는 1389명(21대 1)이 신청하는 등 전반적으로 청년층의 반응이 뜨거웠다.
마곡 토지임대부주택은 계약자가 건물만 분양받고 토지는 에스에이치공사가 계속 소유하는 방식이다. 전용 59㎡(25평형) 건물 분양가는 3억1천만원, 토지 임대료는 월 69만원으로 책정됐다. 수요자로서는 건물을 소유해 장기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반면 토지 임대 기간이 최소 40년으로 길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강남에서 시범사업으로 토지임대부주택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공급이 전무하다가 올해 2월 에스에이치공사가 서울 고덕강일지구에 첫선을 보이면서 공급을 재개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건물만 분양받기에 입주 비용이 낮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마곡지구 전용 59㎡ 아파트 시세는 현재 최소 10억원선인데, 이번 10-2단지는 시세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집 장만이 가능하다. 다만 토지임대부주택은 현행법상 중도에 시장에 매각할 수 없고 반드시 엘에이치에 매각해야 하는데, 5년 이상 거주한 뒤 매각하는 경우 시세차익의 30%를 공공이 환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가치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토지임대주택에 청년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일단 시세 대비 저렴한 건물 분양가가 있다고 본다. 또 ‘시세차익’은 불확실해도 위치가 좋은 곳에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거가치’를 중시하는 인식 변화가 청년층에서 확산하는 징조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토지임대부주택의 성공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마곡의 경우 건물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토지 임대료가 높아 관리비까지 더한 주거비는 청년층에게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며 “집값이 비싼 지역이 아니라면 장점이 희석되는 게 토지임대부주택의 한계”라고 말했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올해 12월 위례 새도시와 마곡 택시차고지 등에서 토지임대부주택 약 800호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