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에 달려간 서울지역 세입자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지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4건에 견줘 25.9% 늘었다. 12월 통계를 더하지 않더라도 연간 기준으로 최고 건수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이 만료됐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아 등기가 이뤄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를 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임차권 등기명령이 없으면 확정일자가 있어도 전셋집에 실거주하고 있어야 우선 변제권을 갖는다.
인천 지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 인천의 1∼11월 신청 건수는 2685건이다. 연간 최고 기록인 2021년 1498건을 넘어섰고, 지난해 같은 기간 신청건수의 2배 규모다. 경기지역 1∼11월 신청 건수는 31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8.4% 늘었다. 전국으로 넓혀 보면, 1∼11월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1만380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6%(2814건) 늘었다.
수도권 빌라·오피스텔 1139채를 임대하다 최근 숨진 이른바 ‘빌라왕' 김아무개씨의 피해자들은 임차권 등기 신청을 하지도 못했다. 집주인이 사망했다면 상속인을 상대로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을 해야 하는데, 김씨 가족이 상속 여부 결정을 쉬이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숨지기 전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했다. 정부는 합동 법률지원 티에프(TF)를 만들어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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