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서울과 인접 도시 4곳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과 세종시를 대상으로 오는 14일부터 규제지역을 해제 하기로 해, 최근 집값 하락세가 거센 부동산시장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로 단행된 이번 규제지역 해제는 주택 거래시장을 정상화하고 ,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 조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금리 인상기 집값 하락 추이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매도·매수 예정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손 톱밑 가시 ’와 같은 규제들을 제거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주택시장에 숨통이 트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서울과 인접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체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서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청약 규제도 대폭 풀린다는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규제 완화 ‘빅스텝’을 밟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장 연착륙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규제지역에서 풀린 곳은 15억원 이상 주택도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지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규제지역 내 20~50%에서 크게 높아진 최대 70%(서민 실수요자의 경우)까지 허용된다. 또 10년 재당첨 제한, 민영주택 가점제 비율, 분양권 전매제한 등 청약규제가 풀리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세제도 완화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효과로 인해 얼어붙었던 주택 구매심리가 다소 회복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추가 주택을 살 때 취득세가 8%지만 해제지역에서는 일반 세율로 바뀌므로 급급매 중심 매물 소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나 집값 조정기를 활용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가 점차 늘어나면서 극심한 ‘거래절벽’ 현상이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가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직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 집값이 급등기 직전인 2~3년 전에 견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금리 인상으로 인해 지금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대출 이자 부담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지난 9월26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경기 6곳은 규제지역 해제 이후 되레 집값이 더 떨어졌다. 파주시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해제일부터 지난달 말(10월31일 현재)까지 한 달여간 아파트 매맷값이 2.88% 하락했으며, 양주시는 2.36% 떨어져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하락률(-1.70%)을 밑돌았다. 실수요자로선 이번 규제지역 해제 이후 집값 하락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셈이다.
다만, 업계에선 규제지역 완화로 인해 청약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리는 신규 주택 분양시장은 그동안 밀려있던 공급 물량이 나오고 청약자도 늘어나는 등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분양권 전매, 재당첨 제한, 대출 규제 등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신규 분양주택의 중도금, 잔금 대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며 “건설사들이 공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던 수도권에서 다음 달부터 신규 분양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짚었다. 다만 최근 집값 하락으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조차 분양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청약 과열’ 현상은 빚어지지 않고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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