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여파로 기존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는데 반해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격은 오르면서, 최근 몇 년간 ‘청약 불패’를 고수했던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북권의 경우 올해 들어 집값 하락 폭이 커지고, 새 아파트의 기대수익(시세차익)은 더 감소한 탓에 미분양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이달 서울에서 공급 예정인 새 아파트 물량은 6개 단지 7361가구로,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2600여가구에 이른다. 이는 올해 들어 월별 공급 물량 중 가장 많은 수준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지에서 신축되는 대단지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곳이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강동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성북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1265가구, 송파구), 리버센SK뷰롯데캐슬(1055가구, 중랑구) 등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입지나 브랜드로 볼 때 이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여건상 높은 청약률과 계약률로 이어지기는 녹록치 않다고 본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최근 집값 하락세가 거센 반면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오르면서 새 아파트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분양예정인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분양가는 3.3㎡당 2834만원에 책정돼,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9억원 중반대로 예상된다. 반면 현재 장위뉴타운 일대 전용 84㎡ 신축 아파트 실거래가는 9억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21일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장위1구역 재개발) 전용면적 84㎡가 9억1400만원(11층)에 거래돼, 신축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이를 밑도는 수준이다. 수요자로선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에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해 비싼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친 셈이다.
이달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나 저마다 브랜드 인지도와 차별화된 단지 품질, 지하철 역세권 등 입지를 전면에 내세워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에 발 벗고 나서는 움직임 등 정책 환경의 변화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정부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동산시장 연착륙 유도를 명분으로 신규 아파트 중도금 대출 보증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한편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을 현행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업계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는 서울은 민간분양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의 경우 100% 가점제가 적용되는 상황이어서, 이달로 예정된 규제지역 해제나 다음 달 시행될 청약제도 변경(추첨제 확대) 등 정책 변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달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계기로 분양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특히 서울 강북권만이라도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될지 여부가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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