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9월 경기 일부, 세종, 광역시, 지방도시 등의 규제지역이 대거 풀렸지만 이후 해당지역 아파트값은 그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취득세 등 거래비용이 줄어들면서 주택 거래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같은 시기 단행된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충격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규제가 풀린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은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 시계열 자료를 보면, 지난 9월26일 규제지역이 풀린 주요 지역의 아파트 매맷값은 최근 한 달(9월19일 대비 10월24일) 동안 전반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파주의 매맷값이 2.34% 떨어진 것을 비롯해 양주(-2.31%), 동두천(-1.98%), 평택(-1.04%), 안성(-0.25%) 등 아파트값이 일제히 떨어졌다. 파주의 경우 올 들어 9월19일까지 아파트값 변동률은 0.4%였는데 되레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뒤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양주의 경우는 최근 한 달간 하락폭(-2.31%)이 올들어 9월19일까지 9개월간의 하락폭(-2.79%)에 육박했고 동두천의 최근 한 달간 하락폭(-1.98%)은 앞선 9개월간 하락폭(-1.84%)과 비슷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린 인천광역시 연수·남동·서구도 최근 한 달간 아파트 매맷값이 가파르게 내렸다. 송도국제도시가 속한 연수구가 2.17%, 청라국제도시가 속한 서구가 2.18% 내렸다. 역시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린 세종시는 최근 한 달간 2.04% 떨어져,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매맷값 누적 하락폭이 -9.40%에 이른다. 대구광역시내 유일한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다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수성구도 최근 한 달간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이 -1.85%를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가 규제지역 해제에 따른 거래 활성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대출 규제가 풀리고 주택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이 줄면 구매수요가 늘겠지만 지금은 가파른 금리 상승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급 변수”라며 “규제지역 해제는 이후 금리 상승이 멈췄다고 판단되는 국면이 와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이와 달리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규제지역 해제 이후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달 파주시 운정지구에서 공급된 ‘경남아너스빌 디원’과 ‘경남아너스빌 리버’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각각 16.9대 1, 11.3대 1을 기록하는 등 청약자들이 몰렸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분양가의 60%까지 가능해진데다, 세대주 아닌 세대 구성원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등 수요자들의 청약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부동산시장 경착륙 우려를 덜기 위해 추가로 규제지역 해제에 나설 예정이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적용 중인 조정대상지역이 상당폭 풀릴 가능성이 거론되며, 서울과 경기 일부에 해당하는 투기과열지구의 부분 해제 여부도 주목된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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