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집을 둘러싼 대선 후보의 공식적인 말이 “당신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더욱 높여주겠다”일 리는, 물론 없다. 지난 5년(2017~2021년) 전국 아파트값은 약 83.7% 올랐다.(부동산R114 집계) 서울의 자가 점유 비율은 40% 언저리로 지난 30여년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다. 문제를 우리 모두 안다. ‘자산인 집’은 ‘거주하는 집’의 자리를 좁히고 있다.
무주택자 23명의 좌절 어린 목소리를 담은 <한겨레> 대선 정책 기획 시리즈 2회
‘나의 선거, 나의 공약-집을 포기했다’와 세입자를 통해 자가 소유 정책을 넘어 주거 정책의 현재를 짚은 <한겨레21> 1398호 표지이야기
‘사니까 집이다’ 기사는 모두 ‘거주하는 집’을 다룬다. ‘폭등한 집값을 안정시켜 단지 살기 위한 이들의 소유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거나 ‘세입자로 살아도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건, 구현 방식을 떠나 최소한 20대 대선이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모든 후보가 지향하는 공통 가치다. 다만 진심일까.
집걱정끝장!대선주거권네트워크,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한겨레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캠프 초청 주거권 간담회’가 8일 서울 하우징랩 대강당에서 열렸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집걱정끝장!대선주거권네트워크’(집걱정끝장넷)와 <한겨레>는 8일
서울 하우징랩 대강당에서 ‘대선후보 초청 주거정책대담회 “집 걱정 시민이 묻고 대선후보가 대답하다”’를 열었다. 대선 후보 캠프를 모아 부동산 자산이 아닌 ‘거주하는 집’만 두고 2시간 반 동안 묻고 답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태근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변호사,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방준호 <한겨레21> 기자가 질문했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권순형 더불어민주당 부동산개혁위원회 총괄 부위원장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캠프에서 김병권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정책본부장이 참석해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는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는 이후 집걱정끝장넷의 질의에 서면으로 답할 계획을 밝혔다.
참석한 두 후보 캠프는 2022년 부동산 시장에서 거주하는 집이 놓인 처지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 짠 공약의 지향점과 구성, 실효성을 말했다. 이전까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정책의 맥락과 세부, 고민이 드러났다.
이해를 돕기 위해 발언 내용은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제를 중심으로 순서와 표현을 다시 정리했다. 권순형 부위원장의 발언은 이재명 캠프, 김병권 본부장의 발언은 정의당 캠프로 표기한다. 질문을 그대로 적는 대신 맥락을 담은 설명을 붙여, 역시 의미를 보존하며 손질했다. 대담회 전체 영상은 민달팽이유니온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 유튜브 채널 바로 가기)
이재명 후보는 주택 311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후보 가운데 가장 많다. 이 가운데 140만호는 ‘기본주택’으로 부르는 공공주택이다. 단순히 주택 소유를 원하는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주택가격 하락을 목적으로 하지만, 막상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과잉 공급이 될 우려도 있다. 그런데도 왜, 막대한 공급인가.
이재명 캠프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는 점은 이재명 후보도 계속 이야기한 바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본다. 대규모 공급이 주택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과잉공급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왜 공급을 늘리느냐. 현재 주택 수요에 대해 투기적 수요냐 실수요냐 논란이 있지만 수요가 늘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가구 수 분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간 주택시장은 주택가격이 올라야 공급이 확대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요보다) 개발 이익을 목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을 하락시키면 민간 부분의 공급이 줄어들 텐데, 이런 때 공공이 공급 역할을 맡아서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하지 않으면 과거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양도 중요하지만 가격도 중요하다. 시세 50% 이하로 분양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과거의 실패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보금자리 주택 등
반값 주택 공급 정책이 후퇴한 것을 이른다. 보금자리 주택 건설은 주택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에 따른 일부 단지의 미분양, 수분양자 로또(특혜) 논란 등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중단됐다. 집 값 상승의 중요한 단초로 여겨진다. 공공 주도 공급이 집 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이재명 캠프 “(보금자리 주택이 시행된 당시) 공공이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기다렸다. 민간시장에 가서 집을 사지 않았다. 로또 분양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그것이 한 번으로 끝나면 로또이지만 공공이 그 역할을 안정적으로 지속한다면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굳이 비싼 가격에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주택 가격 하락안정을 지향하지만, 동시에 대출 확대 정책을 편다. 생애최초주택을 마련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LTV를 90%까지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용적률을 500%로 늘린 4종 주거지역을 만들어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대출 확대와 용적률 완화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개발이익 기대감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집값을 올리는 정책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재명 캠프 “대출 지원에 대해 ‘빚 내서 집 사라’의 후속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청년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시세의 50% 이하로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효과, 주택시장 하향 안정화 등을 함께 고려하면 (대출을 확대해도) 투기 혹은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거를 목적으로 자기 집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자본 축적이 돼있지 않은 청년들, 생애 최초 구매자에게만 대출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다.
용적률을 높이면 개발 이익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개발이익이 늘어나는 만큼의 환수는 합리적이고, 다만 현금 납부가 부담이 된다면 분양형 기본주택(공공주택)이나 이웃 단지들과 함께 쓰는 생활 SOC 등 폭넓게 인정해서 현금 부담을 낮출 수는 있다. 일본도 인구 감소에 따라 도쿄 주변 신도시들이 공동화되는 반면 도심 지역 인구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도 인구 구조의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도심지의 용적률을 높여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새로운 신도시를 더 짓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심상정 캠프는 공공택지에 장기공공임대주택 100만호와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공공자가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소유를 통해 시세 차익을 남기는 일반적인 공급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런 공급으로, 시장 수요가 충족될까.
심상정 캠프 “다른 대선 후보들이 부동산 폭등의 원인은 공급 부족 탓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최근 4~5년 동안 공급이 현저하게 감소하지도 않았고 최근 연이은 정부의 공급대책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56만호의 공급이 있을 거라고 국토부가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주택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와 함께 모든 국민이 내 집을 소유하게 하는 것만이 주택 정책의 유일한 길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중산층 기준으로 17년 6개월이 필요하다. 이런 가격을 방치한 상황에서 어떤 소유 촉진 정책도 통할 리 없다. 다만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투자는 필요하다. 임기 내에 현재 5% 수준인 장기 공공주택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 집 없는 세입자 44% 가운데 최소한 절반은 공공주택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 자가점유율이 우리보다 높지 않은 오스트리아나 덴마크를 주거 복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내 집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불안하지 않은 주거환경을 사회가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판단 속에 심상정 후보는
현재 1회인 전·월세 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 없이 연장하고,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5% 상한을 설정하며, 표준 임대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강력한 세입자 대책이지만 집 주인의 임대 유인이 줄며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올해 7월 시행 2년을 맞는 임대차 3법을 둘러싼 우려이기도 하다.
심상정 캠프 “2020년 임대차 3법 통과 뒤 전셋값 폭등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건 임대인들이 법을 피해 갈 여지가 많았던 것과 함께 근본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며 무력화된 측면이 있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전·월세 가격도 올라야 한다고 집주인들은 생각할 터다. 임차인을 위한 각종 보호제도는 강력한 부동산 가격 안정과 동시에 추진할 때 효력을 발휘한다.”
두 캠프 모두 집값 안정과 세입자 거주권 보장의 앞자리에 공공주택 건설을 둔다. 문제는 재원이다. 그동안 공공주택 건설 비용은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택 공기업이 스스로 떠맡았다. 강제 수용해서 조성한 땅을 건설사에 팔거나, 주택을 분양해 얻은 이익으로 공공주택 건설·관리로 인한 손실을 보전했다. 교차보전 방식이다.
현재 공공택지의 절반만 공공주택을 짓고, 나머지는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수익 사업을 벌이는 이유다. 집 값을 올리며, 공공주택을 짓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지적 받았다. 심상정 후보의 ‘공공택지에는 100% 공공주택 건설’ 공약은, 이런 재원 조달을 멈추겠다는 의미다.
심상정 캠프 “공공이 주민에게 강제로 땅을 수용하는 명분은 공공주택 건설을 통한 공공성이다. 민간 건설사에 땅 판 돈으로 공기업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은 더는 안 된다. 현재 일반 회계(정부 재정)에서 지원되는 금액이 극히 적으니 주거 복지 차원에서 공공주택 건설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주택도시기금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보유세 정상화를 통해서 얻은 세수를 공공주택 특별회계 등의 형태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조합을 검토해야 한다.”
이재명 캠프도 “공공택지 80%까지 공공이 직접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교차보전은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공공주택 건설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입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의 임대형 기본주택은 중산층에게도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으로 이해돼왔다. 중산층의 내 집 마련 불안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을 두고 주거 취약계층의 몫을 줄인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재명 캠프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임대형 기본주택의 세부적인 내용을 이날 대담회에서 설명했다.
이재명 캠프 “임대형 기본주택(공공임대주택)은 연간 16만호씩 5년 동안 80만호를 공급한다. 주변 시세의 30~80%까지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사회 통합형으로 공급한다. 공급 물량의 70% 이상을 중위소득 100%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배정해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사용한다. 도심 역세권을 중심으로 청년형 기본주택 10만 호도 공급한다. 고령층과 장애인 등이 가족의 희생 없이 사회적 돌봄을 받고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주택 10만호를 공급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
특히 지원주택을 수식한 ‘가족의 희생 없이 사회적 돌봄’이라는 표현은
복지 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된 탈시설·커뮤니티 케어나 부양가족 기준 철폐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심상정 캠프 모두 보유세 강화를 주장한다. 심상정 캠프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기준액을 11억원에서 9억원으로 다시 넓히고, 현재 종부세가 적용되지 않는 상가와 빌딩, 분리과세 토지 등에도 포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캠프는 토지이익배당금제를 꺼내 들었다. 이전의 종합부동산세는 여기 흡수된다. 토지이익배당금제는 특히, 새로운 세제다. 혼란스럽다. 여기 더해 수도권에서 주로 걷어 지방에 교부세로 배분하는 종부세가 토지이익배당금제에 흡수된다면, 지역균형발전의 재원을 줄이는 셈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캠프 “종합부동산세는 범위가 좁다. 다주택자이거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대상으로 하고 세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 세금이 나를 위해 쓰이느냐에 대한 체감은 낮다. 이를 낮은 세율로 많은 사람이 부동산 보유와 관련해 내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때 조세 저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으로 돌려준다는 게 토지이익배당금제다. 시뮬레이션 결과 90% 정도가 납부하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았다.
종부세에서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서 썼던 액수만큼은 빼내서 그대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국민적 합의와 설득을 통해서 도입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방준호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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